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의 노조 파괴 계획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는 금속 노조의 세력 축소 방안이 담겼다./이정미 의원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의 노조 파괴 계획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는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차별 대우 등을 세밀하게 계획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 “조직적 차별·직원간 갈등 유발로 노조 와해 계획”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옛 삼성테크윈을 전신으로 하는 기업이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으로부터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뒤 한화테크윈으로 사명을 바뀌었다. 이후 회사는 대대적인 사업 분할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사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바뀌었다. 이 회사는 항공 엔진 제조 부문을 맡고 있다.  

회사는 대주주 교체와 사업구조 개편을 거치면서 적잖은 부침을 겪어왔다. 특히 노사 갈등 문제에서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갈등은 매각 계획이 발표된 2014년 11월부터 시작됐다. 그 해 12월 12일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세워졌다. 나흘 뒤엔 기업별 노조인 한화테크윈 노조가 설립돼 회사는 복수 노조 체계가 됐다. 

이 중 산별노조인 삼성테크윈지회는 극렬한 매각 반대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의 노조 파괴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같은 논란은 대주주가 교체된 뒤에도 이어졌다. 노조는 2015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사측의 탄압 공작으로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017년 2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사측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검찰은 조사를 거쳐 사측 관계자 3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4월 법원은 이들의 유죄 혐의를 인정했다. 현재 관련 재판은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3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 파괴 계획이 담긴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는 2017년 9월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문건이 지난 4월 법원 판결에서 주요 증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노조 세력 약화를 위해 직원 간 갈등 유발을 계획한 문건.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이 의원은 “차기 교섭대표노조지위 유지방안’ 제목의 문건에는 사측의 불법행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며 “사측은 문건대로 ‘노조 가입현황 파악, 금속 세력축소 방안, 기업노조 세력관리, 추진계획’ 등을 통해 금속 조합원의 전방위 탈퇴를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건에는 노조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이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금속 세력 축소 방안’ 문건에 따르면 사측은 금속조합원 탈퇴 압박을 위해 관리자 교육을 실행한다. 이후 관리자들이 직원면담 활동을 통해 탈퇴 명분을 제공하면서 여건을 조성하면 압박이 시작되는 방식이었다. 이후 비협조 직원에겐 △하위고과를 배분 △업무 재배치 △저성과제 운영 등을 통해 차별 대우를 가하는 계획이 담겼다. 

이 의원은 “문건에 따르면 회사는 금속 조합원에게 2년 연속 하위고과를 부여해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고 비금속 직원들과 평가, 급여, 승진 등에서 확연한 격차를 보이도록 했다”며 “핵심업무는 비조합원·기업노조 중심으로 하고, 금속조합원에는 주변업무를 부여하고 실적관리에도 차별을 두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간 갈등 유발을 계획한 정황도 포착됐다. 갈등촉진 프로그램 운영안 자료를 살펴보면 사측이 직원 간 갈등을 조장하고 금속노조 내 차기 지도부를 육성할 목표를 세웠다. 이외에도 기업노조 위상강화를 위한 방안 △언론 대응 방안들을 치밀하게 수립한 문건이 함께 공개됐다.  

또 이 같은 노조 파괴 시행안이 그룹에 보고됐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2016년 1월 작성된 ‘리스크 및 현안 보고체계’ 문건에 한화에어로 사내 기획실에서 ‘한화그룹경영기획실’로의 보고체계 조직도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한화그룹이 자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주기적으로 보고받았는지, 불법행위에 그룹이 연관성이 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을 감안해 사업장 지도를 강화하고 노사분쟁의 선제적 조치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화그룹 측은 “그룹에선 계열사의 노사 관계에 일절 개입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현재 (부동노동행위 의혹과 관련)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인 만큼, 현재로선 드릴 말이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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