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의 원조' 리바이스가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추락한 명성을 되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200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리바이스의 엔지니어드진 홍보 포스터. 리바이스는 지난해 엔지니어드진을 재발매했다. /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청바지의 원조' 리바이스가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추락한 명성을 되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200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리바이스의 엔지니어드진 홍보 포스터. 리바이스는 지난해 엔지니어드진을 재발매했다. /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청바지의 원조’ 리바이스의 구겨졌던 주름이 서서히 펴지고 있다. 패션 트렌드 변화와 SPA에 밀려 추락했던 원조의 명성이 레트로 바람을 타고 서서히 회복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 ‘유로 패션’ 반짝 유행에 날개 꺾인 청바지 원조

‘엔지니어드진’ 재발매는 리바이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2000년대 초 스테디셀러인 ‘리바이스 501’의 뒤를 이을 야심작으로 내놓은 엔지니어드진은 패션에 민감한 20대는 물론 10대들의 취향까지 저격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델이었던 기무라 타쿠야의 ‘옷빨’도 인기에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몸의 움직임을 따라 옆선이 돌아가도록 재단해 선보인 리바이스의 기술력이 압권이었다. 그간 워싱 청바지에선 볼 수 없었던 광택도 엔지니어드진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였다.

청바지의 개념을 바꿔 놓은 엔지니어드진 덕택에 리바이스도 호황을 누렸다. 국내에 리바이스를 유통하는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는 2000년대 중반 1,0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영업익과 당기순익도 100억원을 넘기며 당시로서는 패션가에서 보기 드문 호실적을 거뒀다. 여기엔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주연을 맡아 일약 톱스타로 등극한 배우 조인성의 역할도 컸다. 조인성이 극중에서 선보인 통이 넓은 청바지에 단화를 착용하는 일명 ‘유로 패션’에 리바이스 청바지는 최적화된 아이템으로 통했다.

호황 뒤엔 위기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리바이스의 호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엔지니어드진과 유로 패션의 인기가 순식간에 사그라들면서 리바이스도 암흑의 국면을 맞았다. 돌고 도는 유행 속에서 청바지의 통은 점점 좁아졌고, 리바이스가 강점을 보였던 워싱진보다 논워싱 상태의 생지 청바지를 착용한 젊은이들이 길거리에 점차 늘어났다. 2007년 27억원까지 줄어든 리바이스의 영업이익은 2009년 적자 전환되며 장기 침체의 길에 접어들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단 한해(2012년)만 흑자를 남긴 리바이스는 이 기간 217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엔지니어드진’의 부활… 턴어라운드 맞은 리바이스

유행의 변화와 함께 SPA와 스트릿 등 신규 브랜드의 등장도 리바이스의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브랜드 노출이 덜한 하의의 특성상 진 메이커의 절반 가격인 유니클로와 같은 SPA 청바지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더 이상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는 게 뽐낼 일이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스트릿 브랜드의 대거 출연도 리바이스의 입지를 위협했다. 누구나 아는 브랜드보다 ‘친구는 모르는’ 희소성 높은 스트릿 청바지가 젊은층들의 옷장을 채워갔다.

약 7년 여간 고난의 세월을 보낸 리바이스가 최근 들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트로 바람을 타고 90년대 패션이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리바이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요즘애들’의 패션 백화점인 무신사 등을 통한 밀레니얼세대와의 부단한 소통 노력이 점차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바이스에서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유명 캐릭터와 아티스트, 스포츠 브랜드 등과의 협업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엔지니어드진 재발매는 ‘신의 한수’로 통한다. 지난해 매출 반등에 성공한 리바이스는 15억원의 영업흑자를 남기며 적자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올해도 엔지니어드진 출시 20주년을 맞이해 ‘2019 엔지니어드 컬렉션’을 선보인 이래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젊음의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에 플래그십을 선보인 것도 ‘청바지 왕좌’의 자리를 되찾게는 자신감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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