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이 장관 임명장을 수여 받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장관이 장관 임명장을 수여 받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뒤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조국 법무부장관은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인사검증 과정에서 여권 지지층의 주목을 받아 부상하고 있다. 야권의 과도한 정치공세가 조국 장관을 대선주자로 키울 것이라는 민주당 인사들의 농담 섞인 발언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리얼미터가 1일 발표한 ‘9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 따르면, 조 장관은 13%의 지지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조 장관이 대선주자 후보 선택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위는 이낙연 총리가 20.2%로 가장 높았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9.9%로 오차범위 내에서 2위였다.

◇ 이낙연과 조국으로 양분된 진보 지지층 선호도

조 장관을 선호한다는 응답의 상당수가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 지지층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광주·전라(17.3%)에서 가장 높았으며, 경기ㆍ인천(15.2%)과 수도권(13.1%) 등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연령층에서도 문 대통령 핵심 지지세대인 40대(19.1%)와 30대(15.1%)에서 높았고, 60세 이상(6.9%) 연령층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정당별로 민주당(25.9%), 정의당(16%), 민주평화당(19.5%) 등 진보진영 지지층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 장관이 등장하면서 다른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낙연 총리의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지난달 대비 4.9% 포인트나 하락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1.9% 포인트 빠졌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경남도지사 당선으로 관심을 모았던 김경수 지사는 지난해 12월 7.3%를 기록한 뒤 꾸준히 떨어져 이번 조사에서는 2.4%에 머물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4%를 기록, 의미있는 지지율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심사는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냐의 여부다. 여론조사는 ‘스틸샷’처럼 순간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결과만 가지고서는 조 장관의 핵심 지지층이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잦은 미디어 노출로 인한 효과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 시절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했으나,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급격한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입지와 미디어의 효과였던 셈이다. 반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2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했는데, 핵심 지지층이 있었기에 꾸준한 지지율 유지가 가능했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의 양강구도 속 조국 법무부장관이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의 양강구도 속 조국 법무부장관이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 ‘아직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사체 불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다음 대선주자로 조 장관을 보고 있다는 시각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 촛불집회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판단한다. 시민들이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를 같이 외쳤다는 게 대표적인 근거다.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넘어 조 장관 개인에게 지지층이 막 형성되는 단계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반사체’일 뿐, 조 장관이 ‘발광체’는 아니라는 반대견해도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가운데 친문성향이 강한 지지층은 조국 장관으로, 상대적으로 옅은 범여권 지지자들은 이낙연 총리로 나눠지는 형국”이라며 “총선이 다가오고 또 이제는 차기 대선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진영논리가 크게 작용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조 장관 관련) 의혹들은 지지층에게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본다. 지지자들의 결집도나 응집력은 조 장관 쪽이 오히려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대통령의 의지가 조 장관을 통해 나타나는 효과에 가깝고, 조 장관 개인에 대한 지지는 아직 아닌 것 같다”며 “어떤 변수가 등장한다면 다른 대선주자들처럼 얼마든지 내려앉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9월 23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 성인남녀 2,506명이 최종 응답을 완료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전체응답률은 5.6%였다.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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