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내식 대란’으로 거센 후폭풍을 마주했던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시 기내식 관련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또 다시 ‘기내식 악재’를 마주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의 ‘도화선’과 같은 역할을 했던 ‘기내식 대란’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재차 기내식을 둘러싼 잡음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 완연한 가을, 여름 기내식 제공하는 아시아나항공 ‘속사정’

최근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기내식 메뉴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통상 분기별로 변화를 줘 왔던 기내식 메뉴를 지난 6월 이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기내식 공급업체 GGK(게이트 고메 코리아)와의 갈등양상이 그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GGK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37억원 상당의 기내식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GGK 측은 우선 중재 결과를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소송제기 등 법적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GGK는 아시아나항공 측이 지난달 초 요청한 기내식 메뉴 변경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메뉴는 계절과 제철 식자재 등을 고려해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기내식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FSC의 경우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여름을  앞둔 6월에 변경한 기내식 메뉴가 10월에도 변동 없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 무척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내식 메뉴에 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GGK가 제기한 대금 관련 중재 신청에 대해서는 “대금을 완전히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일부 비용 등에 대한 입장 차가 있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GGK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인지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처럼 기내식 제공에 차질을 빚는 상황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 입장이다.

지난해 ‘기내식 대란’ 당시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손팻말을 들고 경영진의 행태에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강행이 부른 ‘기내식 대란’의 본질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사상 초유의 ‘기내식 대란’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바 있다. 기내식 공급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승객들에게 기내식을 정상 제공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항공편이 무더기 지연되는 등 큰 불편을 안겨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소 기내식 공급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희생까지 발생한 가운데, ‘기내식 대란’의 근본 원인이 그룹 경영진 차원의 탐욕에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 15년 동안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을 맺고 기내식을 공급받아 와다. 그런데 지난해 이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하고, GGK와 새로운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었다. GGK는 중국 하이난그룹의 계열사 게이트고메와 아시아나항공이 6대4 비율로 설립한 합작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일감’을 건네며 반대급부로 받은 것은 1,600억원 상당의 자금 투자다. 하이난그룹은 2017년 3월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가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1,600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로운 계약을 앞둔 시점에 GGK 공장 신축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장 GGK의 기내식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LSG와의 계약연장도 불발됐다. 그 공백을 영세 중소업체가 떠안았다가 결국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던 것이다.

즉, 항공사의 핵심가치인 ‘안정성’을 도외시한 채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에 더 무게를 뒀다가 탈이 난 것이 ‘기내식 대란’의 본질이었다.

결과적으로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및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퇴의 도화선이 됐다. ‘기내식 대란’을 통해 드러난 경영진의 안일한 행태와 난맥상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향한 여론을 싸늘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적자 전환에 이은 ‘한정’ 감사의견으로 악화일로를 걸었고, 결국 매각 추진이 결정됐다. 이와 함께 박삼구 회장도 불명예 사퇴를 면치 못했다.

‘기내식 대란’을 통해 드러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 난맥상은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및 박삼구 회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뉴시스

◇ ‘기내식 잔혹사’… 매각에 변수-악재 불가피

이러한 앞선 사례는 최근 또 다시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관련 잡음을 향한 우려를 한층 더 키우는 배경이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최근 기내식 관련 갈등양상엔 또 다른 배경도 자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전략적 관계를 맺었던 하이난그룹이 게이트고메를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의 주체가 게이트고메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당초 전략적 파트너였던 게이트고메의 주인이 제3자로 바뀌면서 완전히 다른 국면이 펼쳐지게 됐고, 이것이 대금을 둘러싼 분쟁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게이트고메는 만기가 돌아온 금호홀딩스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서도 상환을 요구해 560억원을 회수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강조했던 ‘안정적인 기내식 수급’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기내식 대란이 불거진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또 다시 기내식 관련 분쟁에 휩싸였다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애초에 GGK와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의 1,600억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유리한 계약조건을 내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다. 이러한 의혹의 연장선상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시아나항공과 GGK 사이에 체결된 계약기간이 30년에 달한다는 점이며, 이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있어서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홀딩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계약이 활용된 정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전 기내식 공급업체인 LSG의 신고에 의해서다. 공정위는 이 사안에 대해 부당지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절차가 남아있으나, 향후 적잖은 과징금 및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매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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