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엘리트가 지난해 유통비 절감 등을 위해 총판을 없애는 유통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자 폭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형지엘리트 홈페이지 갈무리
형지엘리트가 지난해 유통비 절감 등을 위해 총판을 없애는 유통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자 폭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형지엘리트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브랜드 교복의 선두주자 형지엘리트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부진의 꼬리를 끊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퇴행의 길을 걷고 있어서다. 지난해 유통의 허리인 총판을 없애는 모험적인 시스템 개혁을 추진한 형지엘리트는 업계 안팎의 기대를 저버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적자 심화’… 헛수고에 그친 경영효율화

형지‘엘리트’가 ‘낙제생’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또 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4년 연속 적자를 남겼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형지엘리트는 지난해(6월 결산법인) 40억원의 영업손실과 함께 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00%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 규모도 축소됐다. 전년 대비 7% 줄어든 1,546억원을 남기며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형지엘리트는 지난해 수익 개선 차원에서 대대적인 경영효율화 작업을 단행했다. 우선 판관비 감축으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판매 촉진비와 광고 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연간 700억원 가량 지출되던 판관비를 561억원으로 경감시켰다. 판관비에서만 140억원 가량 절약하고도 적자 확대를 막지 못했다. 형지엘리트는 손익 구조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부실재고 정리’와 ‘이자비용 및 영업권 손상’을 들었다.

특히 지난 연말 형지엘리트는 총판 관리 시스템을 지점 관리 체제로 변경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브랜드 교복은 본사-지역총판-대리점-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가 기본이다. 이중 허리에 해당하는 총판을 없애고 본사가 직접 대리점을 관리하는 구조로 변화를 꾀했다. 형지엘리트는 서울 등 전국 5개 주요 도시에 설치된 총판을 제거해 유통비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형지엘리트가 실적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주력인 교복 사업의 성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지엘리트에서 중‧고생 교복을 담당하는 ‘엘리트사업’ 부문이 축소되고 있는 반면, 기업체 유니폼을 공급하는 B2B 역량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570억원이던 엘리트사업 매출은 지난해 441억원으로 축소됐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81%에서 69%로 감소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교복 사업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전체학교의 97%가 교복을 착용하고 있으며, 총 수요인원은 100만명에 이른다. 시장규모는 약 4,120억원으로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새벽 배송 시장과 맞먹는다. 학교생활에 필요한 트레이닝복, 타이즈, 벨트, 면 티셔츠 등 학생용품 수요도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주요 경쟁업체인 아이비클럽은 전년 대비 영업익이 2배 가량 증가하며 호실적을 거뒀다.

이와는 반대로 18%(127억원)에 불과하던 B2B 부문은 2년 사이 30%(189억원)까지 치솟아 회사 내 역량을 키우고 있다. 2017년 모의고사 문제집을 발행을 통해 첫 발을 내디딘 교육사업도 1%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복 사업이 맥을 못 추면서 부속사업과의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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