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단식 농성중인 이학재의원 천막옆에서 열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단식 농성중인 이학재의원 천막옆에서 열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 내지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넘어서 조 장관을 임명한 문 대통령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이 탄핵 카드를 꺼낸 것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오는 3일 개천절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정부 규탄 집회를 통해 대여투쟁 강도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한국당이 ‘대통령 탄핵’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당내에서는 그동안 “대통령의 법적 책임” “문재인 정권 퇴진”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언급돼왔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콕 집어 검찰개혁을 주문한 것은 사실상 조국 장관 관련 검찰수사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주장에서다.

황교안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조국 수사를 하지 말라’는 엄포임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주장하는 사법개혁의 실체가 정권유지를 위한 헌정유린이라는 사실도 모든 국민이 분명하게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계속 외곬을 고집한다면 국민적 심판은 물론, 반드시 법적책임까지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황 대표의 ‘법적책임’ 언급은 ‘탄핵’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조국 사태를 키워서 나라를 분열시키고 좌파 사회주의 이념에 기초한 엉터리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과연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기 말까지 우리 국정의 운전대를 맡겨도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 온 것 같다”며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 ‘조국’에서 ‘문재인’으로 타깃 변경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원외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대통령 탄핵 사유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 범죄단을 옹호하기 위해 대통령 권력을 남용하여 법률로 설치된 국가기관의 기능을 무력화 시키려고 검찰을 겁박하고 촛불 난동을 지령한 것으로 보이는 문 대통령의 죄목은 국헌문란죄에 해당된다”며 “10월 3일 태풍이 불어오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광화문에서 100만 군중이 모여 문재인 탄핵을 외쳐보자”고 썼다.

홍 전 대표가 주장한 ‘국헌문란’은 형법 제91조에 명시된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대통령의 신호에 기다렸다는 듯 검찰청사 앞에서 촛불이 붙고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굴종의 요구가 시작됐다. 검찰에게 대통령의 개가 되어 충성하라는 것”이라며 “홍위병을 배후조종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문재인은 반민주, 반개혁, 반통합의 장본인이 됐다. 10월 3일 독재정권, 홍위병 정권을 끝장내는 민주혁명, 탄핵혁명을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교묘하게 검찰개혁이라고 둔갑시켜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쯤 되면 권력을 남용하여 범죄자를 비호하는 대통령으로 탄핵사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이 아닌 왕 같은 독재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는 국민들께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하자’고 해도 놀라지 않은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 국회 구도에서 야당 단독으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등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297명) 과반수의 발의,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128석)을 갖고 있는 데다 구체적인 문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주장은 정치적 수사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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