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통합 관련 논의가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뉴시스
철도통합 관련 논의가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던 ‘철도통합’이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임기의 절반이 지난 가운데, 잇단 악재로 뚝 떨어진 철도통합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철도통합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철도 공공성 강화’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철도통합이 그 핵심방안으로 여겨졌다.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앞선 두 정권과 180도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탄핵 정국 이후 높은 지지 여론 속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정권 초기 철도통합은 상당한 동력을 얻었다. 김현미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수서발 KTX’ SRT 운영사인 SR의 공공기관 지정 및 코레일과의 통합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고, 취임 직후 관련 TF를 마련했다. 여기엔 철도 시설관리와 운영을 통합하는 문제 역시 포함됐다.

물론 갑론을박도 거셌다. 철도통합에 반대하는 측은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며 경쟁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SRT가 본격 개통한지 불과 반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통합 추진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철도통합을 향한 움직임은 착착 진행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철도통합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통합논의를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전후로 여당 정치인 출신인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이 취임하고, 철도통합에 회의적이었던 이승호 전 SR 사장이 물러난 것도 상징적인 대목이었다.

남북관계에 불어든 훈풍도 철도통합 논의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었다. 남북 교통인프라 연결의 핵심 축으로 철도가 대두되고,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로의 철도연결 청사진이 제시되면서 철도통합이 중대한 명분을 하나 더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던 철도통합은 이내 연이은 악재를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말, 오송역 KTX 단전사고와 강릉역 탈선사고 등 크고 작은 철도사고가 이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철도통합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코레일의 신뢰가 크게 추락했고, 오영식 전 사장이 물러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다. 김현미 장관의 후임으로 지목됐던 최정호 후보자가 다주택 논란 속에 사퇴한 것도 철도통합 논의를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진전 없이 냉랭해진 남북관계로 인해 철도통합의 중대한 명분 하나가 힘을 잃고 말았다.

현재 국토교통부 차원의 철도통합 관련 연구용역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말 잇단 사고로 인해 철도안전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가 청구되면서, 연구용역도 중단됐다. 안전 관련 감사 결과를 철도통합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지난달 발표됐지만,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안전 관련 추가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상태여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철도통합 관련 논의가 재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별다른 성과 없이 임기의 절반을 보내면서, 철도통합 논의는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초기에 비해 다소 하락한 탓에 철도통합을 둘러싼 논란 역시 새로운 여론지형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아예 다른 이슈에 밀려나있는 측면이 크다. 김현미 장관의 최근 행보 역시 철도 쪽보단 주택문제 등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게 사실이다. 후임 장관 인선 이후 철도통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로선 먼 이야기다.

이러한 양상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로 향할수록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철도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 및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지난 2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토교통부가 철도통합 연구용역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며 “코레일과 SR의 통합 연구용역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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