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비상행동 대표 유승민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지역위원장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비상행동 대표 유승민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지역위원장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퇴진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대표 유승민 의원이 변혁에 동참할 전·현직 지역위원장을 대거 소집해 본격적인 세력 결집에 나섰다. 첨예한 갈등을 빚는 손학규 대표의 조기사퇴는 없는 만큼 유 의원의 탈당은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유 의원은 탈당 전 당내 지지 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개혁적 중도보수'를 기치로 한 신당 창당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유 의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현직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 안에서 우리가 가고 싶은 길, 정치를 하기에는 상황이 절망적"이라며 "우리 운명은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말고 우리 스스로 개척하자"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안철수 전 대표가 추구한 합리적 중도의 정치, 제가 추구해왔던 개혁보수의 정치를 합쳐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좋은 정치를 해보겠다고 만든 당이 바른미래당"이라며 "비록 우리가 잘못해서 그동안 국민들께 신뢰를 얻을 수 없었지만, 우리의 초심, 창당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는 유 의원의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회의장에는 약 80명의 전·현직 지역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이 중 33명의 지역위원장들이 약 2시간에 걸쳐 발언했다. 주로 손 대표의 리더십 비판과 변혁의 신당 창당, 안 전 대표의 조속한 복귀 요청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손학규) 체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점에 대해 거의 100% 동의했다"며 "탈당이나 신당 창당의 결론을 낸 것은 아니지만 관련 이야기는 굉장히 많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현재 독일에 있는 안 전 대표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개혁적 중도보수의 길에 동참하길 거듭 요청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들을 통해 수개월 동안 간접적으로 대화했지만 이제는 제가 직접 연락해 의사를 묻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변혁에) 동참해주길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근 변혁 대변인은 "오늘 참석한 전·현직 지역위원장들은 변혁에 적극 지지하고 함께 행동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다음 행보는 청년으로 향한다. 그는 6일 당 청년정치학교 1~3기생 등 당의 기반이 되는 핵심 청년 당원들을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다.

당권파는 매우 불편한 기색이다. 변혁 발족 직후 기존 당직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등 본격적으로 당이 갈라지기 시작한 데 따른 우려 때문이다. 당초 당권파로 분류됐던 문병호 최고위원은 지난 27일부터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하고 있어 사실상 손 대표와 등을 돌린 상황이다. 또한 지난 3일 이종철 대변인의 당 대변인직 사임에 이어 이날 김현동·김홍균 청년대변인이 사퇴했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변혁은) 이후 신당을 창당하든 안 하든 한국당과의 거시적 관점에서 통합을 시도하거나 최소한 공천 나눠먹기, 즉 선거연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한국당은 당대당 통합보다 개별입당, 즉 통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에 바른정당계의 자존심을 꺾게 할 것"이라고 변혁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했다.

당권파는 변혁 이탈을 염두에 두고 조만간 구체적인 총선 승리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임 사무총장은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구당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특정 정파가 살고 죽는 것이 아니라 당원과 국민이 승리하는 창조적이고 다당제 가치를 공고화하는 방책이 될 것이다. 정부의 인사실패·국론분열·경제실정 등을 심판하고 총선 승리를 반드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당내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내 상황이 당권파 측에 불리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르면 다음주 중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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