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과의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과의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북한의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좋은 논의를 했으며, 2주 내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의 요청을 북한이 수락했다고 밝혔으나, 북한이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부정하면서 북미 협상이 결렬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측 실무협상 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각) 8시간 반의 협상을 마친 뒤 발표문에서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출발 당시 “긍정적”이라고 했던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북한과 달리 미국 측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의 발표는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북한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반박했다. 북한이 2주 내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측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 스웨덴의 중재 사실을 듣지 못했다고 재반박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외무성 대변인은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조미 대화를 도용해 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했다”면서 “앞으로 조미(북미) 대화 운명은 미국 태도에 달려 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고 못 박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협상 결렬이 북한의 의도된 전략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전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계산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하노이 회담 결렬을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복수심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실무회담을 처음부터 깨려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논평)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굉장히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30분 만에 나올 수 없는 것들”이라며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찍어는 것이 있고, 그 다음에 하노이에서 자기들의 최고존엄이 망신을 당했던 부분에 대한 일종의 복수도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장의 분위기와 이후 협상장 밖의 북한의 태도가 전혀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 김 원장은 “미국이 조금 놀란 것 같다”며 “이혼법정에 가서 자기 얘기만 막 하고 와서 결국 해석이 서로 다른 거다. 미국은 자기들이 북한에 유연한 자세를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수긍한 것 같았는데, 점심 먹고 오더니 갑자기 이상해지고 30분 만에 결렬이라고 발표하니 놀란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원장은 “양보해서 나왔다는 말은 북한도 대화 쪽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조금의 기싸움은 더 할 것 같다. 2주 후에 만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연내에는 다시 만나고 내년 초에 여전히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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