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 KBS 제공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 KBS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KBS 2TV 새 주말 연속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 인풀’)의 파격적인 전개가 신선함을 넘어 시청자들의 눈살을 끊임없이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청소년 자살’을 스토리 전개의 주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사풀 인풀’,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9월 28일 첫 방송부터  KBS 2TV 새 주말극 ‘사풀 인풀’은 파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충격과 우려감을 동시에 자아냈다. 10대 청소년인 김청아(설인아 분)가 온라인을 통해 만난 친구 구준겸(진호은 분)과 동반자살 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것. 청소년인 두 사람이 덤덤하게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자아냈다.

단순 한 회에 그치지 않고 ‘사풀 인풀’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준겸의 엄마 ‘홍유라’(나영희 분)와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은 청아의 엄마 ‘선우영애’(김미숙 분)의 대치 모습들을 담아내며 첫 회의 여운을 계속 상기시킨다. 이에 가족들과 함께 기분 좋을 주말 밤,  안방극장에 우울감이 맴도는 것은 ‘사풀 인풀’이 다루고 있는 소재상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물론 기존 주말 연속극의 뻔한 전개틀을 깨고자 하는 ‘사풀 인풀’의 노력은 엿보인다. 다만 온가족이 모여 보는 주말극에 굳이 ‘청소년 자살’을 소재로 택해야만 했는가란 의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청소년 모방 자살의 우려감을 자아내는 KBS 2TV 새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 KBS2TV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방송화면 캡처
청소년 모방 자살의 우려감을 자아내는 KBS 2TV 새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 KBS2TV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방송화면 캡처

이에 시청자들의 불편감 섞인 목소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사풀 인풀’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소감 코너에는 “주말 연속극에 자살이라니” “너무 자극적이다” 등의 시청자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살 장면 묘사로 인해 민원이 접수됐으며,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뿐 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청소년들의 모방 자살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

실제 방송을 통한 모방 자살 위험성으로 인해 9월 5일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는 한국방송작가협회와 공동으로 ‘영상콘텐츠 자살장면 가이드라인 제 4원칙’을 제정했다. 해당 원칙은 ▲자살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을 것 ▲자살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제시하거나 미화하지 않을 것 ▲동반자살이나 살해 후 자살과 같은 장면을 지양할 것 ▲청소년의 자살 장면은 더욱 주의할 것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풀 인풀’은 이같은 원칙을 거의 다 어긴 셈이다.

9월 5일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가 한국방송작가협의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영상 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 제 4원칙'. / 중앙자살예방센터 제공
9월 5일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가 한국방송작가협의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영상 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 제 4원칙'. / 중앙자살예방센터 제공

이와 관련 7일 중앙자살예방센터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영상장면(드라마, 영화 등)에서 자살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한 문제성 제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한편 “실제 넷플렉스로 방영된 ‘루머의 루머의 루머’란 미국 드라마가 왕따, 학교폭력 등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담은 바 있으며, 해당 드라마를 본 청소년이 자살을 한 확률이 약 20% 증가했다는 미국 연구 결과가 있다. 자기 정체성이 완벽하게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이같은 장면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간 주말극이 자극적이거나 과장된 소재를 많이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해야 시청자들이 보냐’라는 점이 저희의 딜레마다. 저희는 과거 주말극과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 이같은 한준서 감독의 말과는 달리, 시청자들은 자극적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파격적인 소재로 주말극의 굳어진 인식을 깨고자 했으나 오히려 논란만 남긴 ‘사풀 인풀’. 작품 설명에서처럼 ‘소확행’을 내세운 ‘사풀 인풀’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소망이 하루빨리 반영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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