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출국 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출국 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결렬된 북미 실무협상의 내막을 듣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협상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미 양측 모두 대화의 창은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테이블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워싱턴DC 인근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도훈 본부장은 “(북미 실무협상에서)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8시간 반 동안 양국의 대표가 협의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간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양측은 앞으로 대화가 계속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스티브 비건 대표와 만나 어떻게 하면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나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볼 생각”이라며 “앞으로 과정이 쉽게만 전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한미 간의 공조다. 지난 과정에서 아주 긴밀히 공조했고 앞으로도 이 같은 협력이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오는 10일까지 워싱턴DC에 머물며 비건 특별대표 등 북미협상 관계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한미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북미협상의 촉진자로서 이번 협상이 결렬된 배경을 파악하고 앞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실무협상을 처음부터 결렬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실무협상이 끝난 뒤 10여 분 만에 협상대표 김명길 순회대사의 ‘결렬선언’이 바로 나왔다는 점에서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굉장히 치밀하게 계산된 결렬”이라며 “하노이에서 자기들의 최고존엄이 망신을 당했던 부분에 대한 일종의 복수도 들어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미 양측 모두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적어도 확인됐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실제 미국은 스웨덴의 2주 뒤 재접촉 중재안에 바로 합의했고, 비록 북한은 2주 후 재접촉은 부정했지만 연말까지 시한을 두고 다시 만나보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판문점 회동 후 100일 동안 (미국이) 셈법을 못 만들었는데, 2주 가지고 되겠느냐”고 했다.

북한의 내심에 대해 정부 당국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본부장은 “(결렬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알아보겠다”고 했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 협상에 대해 평가를 하기에는 좀 이르다”면서 “지금은 북미가 다시금 실무협상의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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