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탄력근로제의 조속한 보완 입법을 당부했다. 입법이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시행령 등 국회의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경제단체장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제기된 요청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탄력근무제를 강하게 반대하는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역동적인 경제로 가려면 무엇보다 민간에 활력이 생겨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에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문 대통령은 “300인 이상 기업들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며 “기업들이 대비를 위해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의 국회통과가 시급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만에 하나 입법이 안 될 경우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회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아울러 규제혁신과 소재·부품·장비 산업지원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핵심 법안의 입법이 지연될 경우 대통령령과 부령 등 하위 법령의 정비 및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통해서라도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산업지원에 대해 “우리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재정, 세제, 금융 지원에도 전방위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계 의견 수용에 노동계 반발 예고

정부의 탄력근무제 확대 개편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뉴시스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 개편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뉴시스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공개발언과 지시는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요청사항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문 대통령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등과 비공개로 만나 경제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당시 회동에서 경제단체장들은 ▲주 52시간 확대 적용 애로사항 ▲기업 기 살리기 방안 ▲규제완화 확대 ▲입법지연에 따른 대안 ▲소재·부품·장비 산업지원 강화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5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40%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의도적으로 ‘준비 중’인 기업을 ‘준비하지 않은 기업’에 붙여 확대포장 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준비를 하지 않은’ 기업은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3.8%, 그 피해를 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0.7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3.8%의 중소기업과 0.73% 노동자에 대한 지원대책이지 탄력근로제 개편이 아니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야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은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사항을 우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삼권분립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문 대통령이 ‘직접민주주의’를 언급한 것을 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를 외면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면서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게 아니냐”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정부의 시행령 중심 국정운영을 견제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의 발의도 있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행정부는 국회에서 논의해 만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입법 취지에 따라 법을 집행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시행령과 각종 행정규칙을 제멋대로 고쳐가며 의회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행정입법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해당 기관장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처리결과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국회가 효력을 상실시키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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