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국정감사가 우려했던대로 '조국 국감'으로 흘러가면서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지고 있다. / 뉴시스
20대 국회 국정감사가 우려했던대로 '조국 국감'으로 흘러가면서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예상대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과 고성·막말로 얼룩진 모습이다. 일각에선 “국감 초반부터 국회가 ‘국감 무용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는 오는 21일까지 국정감사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국민이 바라는 ‘민생 국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이번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조국 공방’으로 흘러갔다. 교육부와 교육부 소관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는 조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에 집중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조 장관 딸에게 표창장을 준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허위 학력 의혹 등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기승전 조국’의 양상을 보였다.

정치적 사안과 비교적 거리를 두고 현안에 집중해 감사를 진행해왔던 보건복지위원회도 불똥을 맞았다. 역시 조 장관 자녀 문제와 관련된 질의가 나왔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 딸 조모 씨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휴학 당시 제출한 진단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국감인줄 알았다”는 쓴소리를 뱉기도 했다.

가장 치열한 ‘조국 대전’이 펼쳐지고 있는 곳은 법무부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과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설전을 벌이던 중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여 위원장은 7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 가족 관련 피의사실 공표 사건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해 “수사하지 말라” “정치적 문제” 등의 발언을 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위원장 자격이 없다. 최소한 체면은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 위원장은 “민주당은 듣고 싶은 얘기만 들어라. 원래 듣고 싶은 얘기만 듣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이어 여 위원장이 “웃기고 앉았네, X신 같은 게”라는 욕설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린 음성이 생중계 됐다.

여 위원장은 자신의 욕설 논란에 대해 “흥분해서 정확한 표현이나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상대방의 이야기가 극도로 귀에 거슬려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그 자리에서 사과했지만, 민주당은 여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패스트트랙 수사 피의자인 여 의원은 심지어 피감기관인 검찰 국정감사에서 수사기관에 수사하지 말라는 부당한 발언을 했다. 이는 수사외압”이라며 “한국당은 역시 막말 정당답게 막말을 넘어 욕설까지 내뱉어 국민들의 분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한국당은 “국회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 “여 위원장의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한 언급은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행정부 소속인 검찰이 의회 내 정치 행위에 경직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또한 거친 표현에 대해서는 이미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다”며 “훨씬 더 노골적인 편파 진행과 날치기를 반복하는 여당이 법사위마저 자신들 뜻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과한 욕심이자 의회 무력화 시도”라고 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한 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조 장관을 ‘조국 전 민정수석’ 등으로 지칭하는 데 대해 여당이 항의하면서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민정수석”이라고 발언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해 “전직으로 불러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권 의원을) 수서경찰서 전 수사과장님이라고 불러도 괜찮나. 배배 꼬일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비꼬았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은 “지금 뭐라고 했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야, 너 뭐라고 얘기했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이제 첫 출발선을 통과했지만, 정치권에선 “왜 국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박지원 무소속(대안신당) 의원은 “이번 국감은 어느 상임위나 진짜 왜 국감을 하는가 할 정도로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나는 국감이고, 막말도 고성도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정갑윤 한국당 의원이 조 장관 일가를 ‘가족사기단의 수괴’라고 지칭해 논란을 부른 데 대해서는 “과격하고 지나친 표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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