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준비한 영상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준비한 영상을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획된 충남지역 경제투어가 계기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충청남도와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의 대규모 신규투자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 고위인사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측 고위 임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아산공장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이 부회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가볍게 악수를 한 뒤 안내에 따라 건물 안쪽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은 아훕 번째이며, 삼성을 직접 방문한 것은 세 번째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직접 업황을 브리핑했고, 문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직원들의 인사와 각오가 담긴 동영상도 준비했다. 문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로 화답했다.

◇ 정성껏 문 대통령 방문 준비한 삼성

이 부회장 등 협약 당사자들에 대한 특별한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협약식 인사말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충청남도가 총 13조1,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서에 서명한다”며 “국민께 좋은 소식을 전해 준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함께해 주신 기업인,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늘 신규투자 협약식은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지키면서 핵심소재·부품·장비를 자립화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위해 과감하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신규 투자계획 발표에 나선 이 부회장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강국을 만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며 “약속드린 것처럼 차세대 핵심 대형 디스플레이에만 13조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인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충청남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설투자에 10조, 기술개발에 3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 삼성은 중국의 저가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LCD 패널의 생산을 줄이면서 퀀텀닷과 유무기 발광재료 기술을 융합한 QD-디스플레이 사업화로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로 아산공장은 QD 디스플레이 생산 체제로 전환이 시작되며, 올해만 600여 명의 신규인력이 채용된다. 투자 및 생산증가에 따라 고용효과는 7만8,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대외여건 악화에 친기업 행보 강화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디스플레이 투자협약식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삼성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디스플레이 투자협약식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삼성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뉴시스

정부도 대규모 투자에 맞춰 지원을 강화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향후 7년 간 4,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기술인력 공급을 위해 4년 간 연구인력과 산업인력 2,000명을 양성한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지원 및 상생협력 모델 구축으로 산업 생태계의 안정화를 이끌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은 일본 의존도가 컸던 분야로, 일본의 무역제재가 발효된 후 큰 피해가 예상됐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지키면서 핵심소재·부품·장비를 자립화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무역제재 등 엄중한 대외여건 속에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요 경제단체장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건의된 의견을 반영해 탄력근로제 보완, 규제완화 확대 등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뇌물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피의자를 만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 9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로 이 부회장의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산업정책과 적폐청산 재판은 별개”라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인도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에서 이 부회장을 처음 만난 뒤, 재판과 별개로 꾸준히 만남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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