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안 전 대표는 10월부터 미국 스탠포드 법대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 /뉴시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안 전 대표는 10월부터 미국 스탠포드 법대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민주평화당과 같은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제3지대'를 표방하며 탄생한 정당들이 사분오열하며 갈라지는 가운데, 제3지대의 온전한 정착을 바라는 정치권 인사들은 장외에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 비당권파 대거 탈당 앞둔 바른미래

바른미래당은 사실상의 당내당(黨內黨)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수장 유승민 전 대표 등 비당권파 15명 의원들이 집단탈당을 앞둔 상황이다. 유 전 대표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탈당 후) 신당 창당이 유력한 옵션 아니냐. 나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28개 의석을 가진 바른미래당에서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 4명을 제외하고 최소 15명 변혁 의원들이 탈당하면 9명이 남는다. 그렇다고 소위 '당권파' 의원을 9명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 중에서도 손학규 대표 단독 총선 체제에는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가 있어, 자칫하면 더 쪼그라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당권파의 '중도개혁'과 비당권파의 '개혁적 중도보수'를 골자로 한 정체성 대결이지만, 향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주도권 투쟁이 바탕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4·3 창원성산 보궐선거 패배 이후 양측이 5개월 이상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면서 이제 갈라서는 일 외에는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다.

◇ 민주평화당, 바른미래 당권파 "개별복당 OK"

민주평화당은 바른미래당보다 한발 앞서 분당의 쓴맛을 봤다. 민주평화당의 당내당이었던 대안정치연대는 지난 8월 집단탈당해 새살림을 차렸다. 전체 의원(16명·바른미래당 비례대표 2명 포함)의 과반이 넘는 11명이 짐을 쌌다. 이들은 현재 대안신당(가칭)이라는 명패를 내걸고 창당을 준비 중이다.

당시 유성엽 원내대표를 비롯한 탈당 의원들은, 민주평화당이 민주세력의 정체성 확립 등을 기치로 출발했으나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제3지대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구태 정치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명분과 국민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맞불을 놨다.

다만 지지율이 1~2%에 불과했던 민주평화당이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제3지대 재건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적다. 조만간 변혁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대안신당 세력을 무시할 수 없는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당대당 통합의 형태가 아닌 아닌 개별 흡수 형태의 카드를 내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정치연대 등과 통합은 없다"면서도 "개별복당을 희망하는 분들은 당헌당규 절차에 맞게 당원 의사에 반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당대당 통합'의 형태로 대안신당을 끌어들일 경우 '도로 국민의당'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매우 경계하는 모습이다.

◇ 안철수, '해결사' 될 수 있나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과정에서 반대 세력이 모여 탄생한 민주평화당, 그들을 제외하고 만들어진 바른미래당 모두 제3지대의 기치 아래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네 갈래로 찢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최근 안 전 대표가 미국행을 결정해 정계 복귀 시점이 더 늦춰지게 됐지만, 제3지대 세력을 중심으로 그의 이름 석자가 연일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 때문에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총선 전에는 복귀해서 양당구도로 회귀하는 것을 막고 제3지대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국민들도 지금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총선에서 심판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박근혜 정권 때 심판을 받은 한국당이 다시 대체하길 원치 않기 때문에 다음 중간지대를 이끌어줄 지도자로 안 전 대표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지금 바른미래당 모습은 당권파나 비당권파나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가고 있으니까 국민들이 보기에도 헷갈릴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선택할 길이 합리적 중도인지, 개혁적 보수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안 전 대표가 정계 복귀했을 때 우리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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