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깜깜이 실사로 인수결정 할 수 없어, 당연한 권리 주장한 것”
아시아나 “경쟁사 제주항공 운영하는 애경에 모든 자료 공개는 힘들어”

제주항공 운영사 애경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리스 계약서 공개 여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제주항공 운영사 애경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리스 계약서' 공개 여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실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다. 인수 후보자 중 하나인 애경그룹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측에 항공기 리스 계약서와 노선별 손익, 거점별 인력운영 현황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져서다. 아시아나가 이를 거부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애경은 이와 관련해 정당한 요구이고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이다. 애경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앞두고 중요한 사안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인수할 경우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비용은 항공사 운영 비용 중 유류비에 버금가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라며 “30년 업력에 자산 규모가 10조나 되는 회사를 깜깜이 수준의 실사만으로 입찰 제안 또는 인수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 리스 계약서에 대해 아시아나항공만의 문제가 아닌 리스사와 항공사 간 ‘비밀유지 계약’이 체결된 영업기밀이라 어떤 기업도 공개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애경이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아시아나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확실한 인수 후보가 아닌 애경이 입찰참여자로서의 권리를 내세워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지적에도 애경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항공업 특성상 항공기 리스 계약과 노선 운영 현황 등에 관한 내용이 있어야 적정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애경 측 주장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항공기 87대 중 62%에 달하는 54대를 운용리스로 운영하고 있다. 운용리스 비용은 올해부터 적용된 새 회계기준(IFRS16)에서 리스 부채로 반영돼 재무건전성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해당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아시아나항공을 떠안는다면 항공기 리스 비용으로 인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선별 손익, 거점별 인력운영 현황 등의 자료 요구도 같은 취지다.

양측의 의견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보 불균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예비입찰 참여 기업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가치 판단을 위해 자료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아시아나항공도 이를 거부할 권리는 있다”며 “특히 애경이 경쟁사인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정보 공개를 더 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애경이 확실한 인수 예정자도 아니고 잠재적 예비 후보자이다 보니 아시아나항공 측이 더 조심하는 것 같다”며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자료를 공개했음에도 애경이 인수를 하지 않는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기밀만 경쟁사에 노출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허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보가 없는 예비 입찰 후보들이 손을 떼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며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매수를 결정할 수는 없는 만큼 쉽지 않겠지만 양측이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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