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조진웅·정지영 감독·이하늬. /뉴시스
영화 ‘블랙머니’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조진웅·정지영 감독·이하늬.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대한민국을 뒤흔든 금융스캔들의 실체를 파헤친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이상 2012)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조명해온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충무로 대세 조진웅과 이하늬가 의기투합했다.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조진웅 분)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블랙머니’는 IMF 이후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 금융감독원과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를 파헤치는 평검사의 활약상을 그린다.

‘블랙머니’로 돌아온 정지영 감독. /뉴시스
‘블랙머니’로 돌아온 정지영 감독. /뉴시스

묵직한 화두와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돌아온 정지영 감독은 10일 진행된 ‘블랙머니’ 제작보고회에서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것에 대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 속 우수한 영화 소재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감독은 “그중에서도 내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소재는 그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느냐다”라며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스며들게 된다. 그런 것들을 파헤쳐서 공유하고 토론하고 싶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양민혁 역을 맡은 조진웅은 ‘블랙머니’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대충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다가가려고 하니 피로했다”며 “지금 먹고살기도 힘든데, 금융사건에 다가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이 시나리오에 이정표가 확실히 있었다”면서 “어렵고 무거울만한 소재, 그래서 관심 가질 수 없는 사건을 양민혁을 통해 통쾌하고 쉽게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마음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고, 나의 연기 화법을 통해 전달할 수 있게 돼서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또 한 명의 주연 배우 이하늬(김나리 역)도 ‘블랙머니’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것들이 있다면, ‘블랙머니’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야기다”며 “사회 고발이 될 수 있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담론화 시킬 수 있는 적절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함께 보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 정지영 감독 “아직도 캐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정지영 감독은 1990년 당시 금기시되던 ‘빨치산’을 소재로 전쟁과 이념의 비극을 그린 영화 ‘남부군’, 베트남 전쟁을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최초의 영화이자 베트남전의 현대사적 의미를 재조명한 ‘하얀 전쟁’(1992)과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블랙잭’(1997)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굵직한 영화상을 휩쓸며 199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13년 만에 ‘부러진 화살’로 스크린에 돌아온 정 감독은 사법부의 부조리함을 정조준한 예리한 통찰력과 탄탄한 스토리, 통쾌한 캐릭터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으며 성공적인 귀환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조진웅과 이하늬는 한국영화계의 명장 정지영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조진웅과 이하늬가 정지영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조진웅·이하늬·정지영 감독. /뉴시스
배우 조진웅과 이하늬가 정지영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조진웅·이하늬·정지영 감독. /뉴시스

먼저 이하늬는 “‘블랙머니’를 선택한 이유 중 반 이상은 정지영 감독님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정지영 감독님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살아있는 전설과 조우한 느낌이었다. 존경할 수 있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걸 보면서 ‘내가 정말 배우가 됐구나’라고 느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또 이하늬는 “현장에서 정지영 감독은 ‘청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놀랄 때가 굉장히 많았다”며 “감독님이 계신 부스와 촬영 현장이 꽤 거리가 있는데, 매 테이크마다 달려와서 디렉션을 주셨다. 감독님이 그러시는데 배우들도 절대 허투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정지영 감독에 대해 “오로지 영화밖에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37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지만, 감독이다”며 “영화가 잘 안 되면 힘드실 거다. 그래서 잘 돼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정지영 감독에게) 돈이 되는 영화를 할 수 있는데 왜 맨날 고발 영화만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그랬더니 본인이 이런 사건이나 이야기를 알고 있는데 말하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고 하더라. 명장이라는 표현보다 영화를 만드는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영화인으로서 굉장히 존경스러웠다”며 “선배가 올곧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후배들도 잘 따라가겠구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여 이목을 끌었다.

1946년생인 정지영 감독은 여전히 현장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것에 대해 “아직도 알고 싶고, 캐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면서 “이 마음이 무엇이겠나. 아직 철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청년일 수밖에 없다”고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블랙머니’에서 양민혁을 연기한 조진웅. /뉴시스
‘블랙머니’에서 양민혁을 연기한 조진웅. /뉴시스

◇ 조진웅 “‘블랙머니’, 빨리 세상에 나왔으면”

‘명량’ ‘암살’ ‘독전’ ‘완벽한 타인’ 등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켜온 배우 조진웅은 사건 앞에서는 위아래도 없고, 수사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서울지검의 일명 ‘막프로’ 검사 양민혁 역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할 예정이다.

조진웅은 양민혁에 대해 “수사를 파헤치는 데 있어서 거침없다”며 “사실 검사가 법을 잘 수호하고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 막 나가기 쉽지 않은데,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막 나간다고 해서 ‘막프로’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소개했다.

조진웅은 관객들이 금융이라는 소재를 쉽게 따라올 수 있게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이라는 것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극 중 양민혁은 관련 문제들에 대해 ‘어? 뭐라고?’라며 되묻는다. 그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양민혁의 시선만 따라오면 정확하게 느끼게 될 거다”라고 설명했다.

‘블랙머니’에서 양민혁을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블랙머니’에서 양민혁을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지영 감독은 조진웅의 캐릭터 소화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조진웅과) 언젠가 함께 영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됐다”면서 “두 번 정도 촬영했을 때 조진웅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플러스알파로 양민혁을 연기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또 “얼핏 보면 오버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설득력이 있었다”면서 “기존 캐릭터를 확장시키더라도 그 캐릭터를 그대로 갖고 가면서 설득하는 배우였다”고 극찬했다.

이번 영화로 조진웅과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이하늬도 “(조진웅의) 연기를 보면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게 느껴진다”며 “씨앗을 심어서 열매를 맺게 하고 꽃을 피게 하는 재주가 있다. 텍스트로만 봤던 연기가 꽃이 피고 잎이 돋더라. 넋 놓고 보게 되는 배우다. 에너지와 힘이 어디에서 나오나 싶을 정도”라고 칭찬했다.

조진웅은 ‘블랙머니’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나도 관심이 없었다. 내가 왜 관심을 갖게 됐고, 영화라는 화법으로 얘기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영화를 보면 분명해질 거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조진웅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사건을 들여다봤을 때 피로도가 있었다”며 “그것을 양민혁이 풀어줄 거다. 우리에게 알권리가 있지 않나. 우리(배우, 제작진)가 고생해서 다 풀어놨으니, 오셔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빨리 이 영화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블랙머니’에서 김나리로 분한 이하늬. /뉴시스
‘블랙머니’에서 김나리로 분한 이하늬. /뉴시스

◇ 이하늬 “세상에 나오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영화”

영화 ‘극한직업’과 SBS 드라마 ‘열혈사제’를 통해 밝고 유쾌한 에너지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이하늬는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국내 최대 로펌의 슈퍼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 역을 맡아 지금껏 본적 없는 색다른 연기 변신을 예고한다.

이하늬는 김나리에 대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못난 적이 없었을 것 같은 여자”라며 “뉴욕에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한국 최대 로펌에서 일을 하고 있는 국제통상전문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이하늬는 김나리를 연기한 것에 대해 “김나리 자체가 굉장히 인텔리전트하다”며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설정도 있고 영어 대사도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 대사를 할 때 똑똑한 척하지 않아도 말투와 어투, 모양새만 봐도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게 어렵더라”고 털어놨다.

정지영 감독은 김나리 역에 이하늬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정 감독은 “주위에서 김나리 역에 이하늬가 딱이라고 추천을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더라”라며  “(이하늬가) 이런 역할을 맡은 적이 없어서 의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자신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바로 그 모습이 김나리구나 했다. 이하늬에게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은 남한테 내보일 필요가 없으니, 당당한 지성을 보여주라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블랙머니’에서 김나리를 연기한 이하늬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블랙머니’에서 김나리를 연기한 이하늬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또 정지영 감독은 이하늬에 대해 “팔색조를 넘어 구색조”라고 극찬을 보냈다. 그는 “인간 이하늬는 자기 심지가 굳은 사람이지만, 연기자로서는 팔색조”라며 “이하늬가 출연한 작품들을 다 봤는데, 그때마다 다 달랐다. 이번 작품에서는 지성미가 돋보인다. 김나리까지 합하면 ‘구’색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조진웅도 이하늬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김나리라는 역할이 정말 쉽지 않았을 거다”라며 “평소 차분하고 냉정하고 지적인 면이 있다고 해서 표현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하늬가) 아주 묵직하게 본질을 갖고 시작하더라”면서 “본인만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이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고 이해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하늬와 처음 조우하고 협연을 했는데, 굉장히 훌륭했고 놀라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이하늬는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다사다난했다”며 “세상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느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이 시국에 맞춰서 같이 보고 공감하고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적 재미와 함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영화 ‘블랙머니’는 오는 11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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