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8만3,800명. 지난 7월까지 집계된 올해 누적 출생아수다.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던 지난해의 같은 기간 보다 7.6%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아수가 32만6,800명이었으니,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출생아수는 30만 명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저출산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 제도’ 문제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이다.

육아휴직 기간엔 육아휴직 급여가 나온다. 육아로 인해 일을 중단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기간은 총 1년이며, 첫 3개월은 통상임금의 80%가 지급되고 나머지 9개월은 통상임금의 50%가 지급된다. 아울러 첫 3개월엔 상한액 150만원·하한액70만원, 나머지 9개월엔 상한액 120만원·하한액 70만원이 적용된다.

하지만 육아휴직 기간에 실제 수령하는 급여는 이보다 적다. 다시 25%를 떼어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육아휴직 급여가 100만원이라면, 실제 지급되는 것은 75만원이라는 얘기다.

떼어낸 25%는 나중에 ‘조건부’로 받을 수 있다. 조건은 육아휴직을 마친 뒤 복직해 6개월을 근무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후지급 제도는 ‘얌체족’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급여를 수령한 뒤 복직하지 않고 퇴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1년 쓸 경우, 쌓인 사후지급금은 200만원~300만원대에 달한다. 이 정도면 육아휴직 직후 퇴사를 막는 ‘동기부여’가 되기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다. 복직해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만63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발적 퇴사에 의해 받지 못한 이들은 1만4,052명이고, 나머지 6,581명은 비자발적 퇴사로 인해 받지 못했다. 권고사직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한 인력감축이나 폐업·도산 등이 주요 이유다.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셈이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육아휴직 기간은 평소보다 소득이 줄고, 각종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때다. 반면, 사후지급금이 지급되는 시점은 정상근무 또는 단축근무에 의해 소득이 회복된 시기다. 물론 이때 지급되는 목돈이 쏠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시기에 지급하는 게 당연히 더 큰 실효성을 지닌다.

사후지급금을 마치 ‘복직의 인질’로 삼는 모양새도 썩 좋지 않다. 무엇보다 복직 의사가 강한 육아휴직자에게 이 제도는 그야말로 엉뚱한 제도가 되고 있다. 그보단 복직에 걸림돌이 없도록 다른 대책들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육아와 직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단축근로 및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공공보육 서비스를 강화하고, 직장 및 사회의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사후지급금을 볼모로 삼는 것보다 근본적인 대책 아닌가.

다행히 이와 관련해 개선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는 최근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 제도 폐지에 착수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저출산문제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최악의 비상상황이다. 문제점을 개선하고, 대책을 강화하는 일에 망설일 시간이 없다.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여성·엄마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할 보다 근본적인 대책들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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