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연구책임자 ‘경영학 박사’ 지정,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 위반
과기정통부 “행정상 오류, 지원금 환수 요건 검토해봐야 할 사안”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를 엉터리로 작성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연구협약서를 체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라젠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데 이어, 이를 토대로 한국연구재단과 연구협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신라젠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라젠이 자사 면역항암제 ‘펙사벡’ 연구개발과 관련해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기 위해 ‘연구개발계획서’를 엉터리로 작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신라젠과 한국연구재단이 맺은 협약서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돼 펙사벡 연구개발 관련 ‘정부 지원금 환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라젠 펙사벡은 박근혜 정부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한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진출사업’에 선정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 사업에 펙사벡을 포함 총 4개 과제를 선정했으며 3년간 387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신라젠은 펙사벡 연구개발지원금으로 총 88억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신라젠이 펙사벡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기 위해 작성한 연구개발계획서에 오류가 있고, 한국연구재단과 연구기관 대표가 작성한 협약서에도 문제점이 있다”며 지적하면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부적절한 내용이 확인되면 (연구개발)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라젠이 작성한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관연구책임자를 경영학 박사(관리회계 및 기술경영 전공)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그의 경력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연구 경력은 회계와 경영분야가 대부분이다. 과기정통부 소관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에 따르면 ‘주관연구책임자’는 주관연구기관의 장이 지정한 연구원으로, 해당 분야의 연구경험과 연구수행 능력을 갖춘 자를 일컫는다. 그럼에도 신라젠은 펙사벡 연구개발에 비(非)전공자를 주관연구책임자로 선정했다.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연구재단은 이러한 문제가 있는 펙사벡 연구개발계획서를 그대로 수용해 주관연구책임자인 경영학 박사와 ‘유전자치료제 펙사벡 연구협약서’를 작성했다.

또한 연구개발계획서 기준 세부과제를 수행하는 협동연구기관을 △국내 서울대(병원) 등 12개 △해외 美 MSKCC, UCSF McDonald 연구소 등 15개라고 명시했을 뿐 이곳에서 어떤 협동과제를 수행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러한 이유를 들면서 연구비 환수 및 연구 부정 조사 등 향후 대책 강구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개발보고서에도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원금 환수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해 봐야한다”며 “연구내용의 오류가 아닌 행정상의 오류라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계획서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서류상 오류와 개발 실패만으로 연구개발지원금 환수 조치를 논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연구는 정답을 내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연구를 하다보면 돌발변수로 처음 세운 가설처럼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지급했던 지원금을 환수하는 조치는 연구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발자 입장에서는 결과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변수로 인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신라젠은 펙사벡이 간암에 대한 효능과 안정성이 인정됐음을 주장했지만 지난 8월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는 ‘무용성 평가’에서 ‘효능없음’ 결과를 내리면서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한편, 신라젠 관계자에게 관련 내용을 문의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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