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 씨로부터 접대를 받았고,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보도돼 파장이 일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 씨로부터 접대를 받았고,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보도돼 파장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으며 검찰이 기초사실에 대한 확인도 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수장에 대한 도덕성 문제로 비화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이른바 ‘김학의 성접대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2013년 당시 1차 수사기록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이에 윤중천 씨를 불러 과거 윤 총장에게 원주 별장에서 접대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사단으로부터 해당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

◇ 야권 “윤석열 흔들기 공작”

검찰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11일 대검찰청 대변인은 “검찰총장은 윤모 씨와 전혀 면식조차 없다”며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건설업자나 만날 정도로 대충 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한 여환섭 지검장에 따르면, 조사단 면담 자료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나와 조사에 착수했으나 객관적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윤씨도 검찰 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과 관련해 진술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즉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수사를 덮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가지고 있던 어떤 자료에도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으며, 검찰에 비판적인 방송인 김어준 씨도 자신의 라디오 방송에서 “윤중천 씨가 (조사단에)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접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윤 총장을 음해하려는 공작으로 의심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윤 총장을 흔들어 힘을 빼놓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과거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파문으로 물러났던 전례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라며 해당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검찰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라며 해당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디어 윤 총장 흠집내기가 시작됐다”며 “물타기와 본질 흐리기 공작은 지칠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검찰에 대한 더러운 공작이 시작됐다”면서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똥물을 뒤집어씌우겠다는 거다. 조국에 대한 직접수사가 다가오자 조국 수호세력이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청와대·조국은 묵묵부답

청와대와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야권의 지적대로 의도적인 ‘윤석열 찍어내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사를 불신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파악을 안 해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만에 하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로 비화될 공산이 있어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검찰총장에 대한 근거없는 음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바도 있다”고 밝혔는데, 윤 총장 임명 당시 인사검증 책임자가 다름 아닌 조국 법무부장관이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해 “말씀드릴 게 없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청와대도 말을 아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모든 관심이 초점이 쏠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검증 내용이 무엇인지, 또 그 검증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드릴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다만 “민정수석실이 사실무근으로 판단했다”는 대검찰청 발표에 대해서는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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