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 /뉴시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탈당을 앞둔 것으로 평가되는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향해 연일 도발성 발언을 날리고 있다. 당권파는 변혁이 탈당이나 잔류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가정, 화합 카드를 들이밀며 변혁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습이다. 변혁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전 대표는 변혁 모임에서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며 "유 전 대표의 '결단'이란 탈당을 통한 새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려는 플랜A와 당 통합과 회복을 위해 잔류하려는 플랜B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사무총장은 "유 전 대표와 14분 의원들이 플랜A를 택하지 않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지만 플랜B를 선택해주길 간곡히 바란다"며 "선거 6개월 전 이토록 부동층이 확장된 것을 경험한 적 없는 저로선 통합과 화합만이 선거 블루오션을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전 대표가 천명한 결단의 시기를 너무 늦추지 않길 바란다. 그것이 정치적 불가측성을 제거하고 국민과 당원을 안심시키는 것"이라며 "유 전 대표와 14분의 정무적 감각과 성숙한 정치력을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임 사무총장은 지난 7일에도 변혁을 향해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및 담합정치를 끝장낼 중도개혁 국민희망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작금의 갈등을 뒤로하고 통합·화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발언한 바 있다.

임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들은 현재 변혁의 아픈 곳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 전 대표는 탈당 방향으로 저울추가 기울어 결단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혁은 비례대표 출당, 안 전 대표의 미국행 등 변수로 탈당과 관련한 내부 의견 통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변혁이 자진사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손 대표 체제를 인정하고 당 잔류로 태세를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당권파 입장에서는 일종의 꽃놀이패를 쥐고 변혁의 잔류를 거론하며 흔들 수 있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실제 변혁의 수장인 유 전 대표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혁신위 노력이 수포가 되고 비대위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탈당 후) 신당 창당이 유력한 옵션이다. 나는 자신감이 있다"며 사실상 탈당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손 대표가 비당권파의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버텨내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시킬 마땅한 방도가 없어진 이유에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원회는 당대표가 궐위(闕位)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가동할 수 있다. 당권파는 손 대표가 건재한 만큼 비대위 체제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최고위원회의가 장기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변혁 최고위원들의 집단 보이콧에 방점이 찍힌 만큼, 비대위 가동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가 버젓이 있는데 일부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으로 최고위 기능을 일부 상실했다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사례가 정당 역사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유 전 대표도 손 대표를 끌어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비대위 가능성을 접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은 대표의 자진사퇴 외엔 아무것도 없다"며 "비대위도 대표 사퇴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변혁 동참 의원 15명 중 8명은 유승민계, 7명은 안철수계다. 유승민계 전원이 집단 탈당에 뜻을 모았는지도 미지수지만, 더 큰 문제는 안철수계 7명 중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이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점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의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당에서 출당 조치를 해주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권 의원이 신용현·김삼화 의원과 함께 호남계 중진인 박주선 의원을 만나 비례대표 출당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한이 있는 손 대표가 비례대표 출당을 허가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호남계 뜻을 모아 비례대표 출당을 이끌어내려던 것으로 해석됐다. 이같은 시도는 당시 박 의원이 난색을 표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곤 하지만, 유 전 대표의 결단에 따르는 순간 의원직을 상실하는 만큼 안철수계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신적 지주인 안철수 전 대표마저 정계 복귀 대신 미국행을 택한 데다, 설령 복귀하더라도 유 전 대표와 손을 잡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유승민계 하태경·이혜훈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를 향해 각각 "총선 건너뛰면 정치적 객사"(하태경), "꽃가마 보내드리면 올 분"(이혜훈)이라고 발언한 것도 안 전 대표의 미국행 소식과 맞물려 안철수계의 심기를 어지럽게 했다고 전해진다. 유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리기도 전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임 사무총장은 일련의 발언들이 변혁을 도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서 변혁의 탈당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 사무총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많은 분들이 제 발언을 도발로 해석하는 걸 알지만, 변혁 의원들과 통합과 화합을 바라는 것은 진심"이라며 "변혁의 흐름을 보면 (화합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탈당을 선택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혁은 임 사무총장의 발언에 불쾌감을 내비쳤다. 당권파의 화합·통합 제안이 진정성 없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철근 변혁 대변인은 "통합과 화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이 없으니 그냥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며 "그런 생각이 있으면 공개적인 자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안을 제시해야 한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정치적 수사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당 안팎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탈당설이나 비례대표 출당 논의에 관련해선 "논의된 바 없는 앞서나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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