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14일부터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뉴시스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14일부터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2년 9월, 당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 도중 김시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어려운 시기 팀을 이끈 수장일 뿐 아니라, 점차 전력이 갖춰져 가고 있던 시기였기에 팬들의 충격이 컸다.

얼마 뒤 전해진 후임 감독 선임 소식 또한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새롭게 영웅군단을 이끌게 된 주인공은 염경엽이었다. 선수 출신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남긴 것은 아니었고, 감독 경험도 일천했기에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던졌다. 현장과 프런트를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특히 주루코치로서 좋은 능력을 발휘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우려와 달리,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팀 전력을 냉철히 분석해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했고, 선수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넥센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과 함께 한 첫해부터 팀 역사상 첫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무려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때 존립조차 위태로웠던 팀이 염경엽 감독과 함께 강팀으로 도약한 것이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와 염경엽 감독에게도 이별의 시간은 찾아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모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염경엽 감독은 2016년 준플레이오프 패배 이후 곧장 사퇴를 발표했다.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에 닿지 못한 채 동행을 멈추게 된 넥센 히어로즈와 염경엽 감독이다.

염경엽 감독의 야구판 복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1월 SK 와이번스가 그를 단장으로 ‘모셔’왔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에 선임될 때만 해도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SK 와이번스로 향할 때는 모두 느낌표로 바뀌어 있었다.

‘염갈량’의 능력은 단장으로서도 출중하게 발휘됐다. 염경엽 단장은 큰 틀에서 팀 전력 강화를 위해 움직였고, 트레이 힐만 감독과의 호흡도 훌륭했다. 단장으로 취임한 이듬해 곧장 최상의 성과를 냈다. 2018년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더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후 염경엽 단장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난 힐만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며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돌아온 염경엽 감독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비록 시즌 막판 아깝게 역전을 허용했으나, 정규리그 내내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이제 그에게 SK 와이번스 ‘감독’으로서 첫 포스트시즌이 임박했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친정’ 키움 히어로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이들의 만남이기에 명승부를 향한 기대감이 크다.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이미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역대급’ 명승부를 선보인 바 있다. 두 팀의 핵심전력이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딱 1년 만에 재회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5차전 끝장승부를 펼쳤던 만큼,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여기에 두 팀 사이의 핵심인물인 염경엽 감독까지 현장에 가세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스토리’가 기대된다. 현재 키움 히어로즈의 주전선수 대부분은 염경엽 감독과 ‘사제지간’의 연을 맺은 바 있으며, 염경엽 감독의 뒤를 이어 키움 히어로즈를 이끌고 있는 장정석 감독도 그와 오랜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상대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백전백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염경엽 감독이 친정팀과 옛 제자들을 꺾고 ‘감독으로서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설지, 키움 히어로즈가 옛 스승을 꺾고 ‘팀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이들의 운명을 가를 플레이오프는 14일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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