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비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비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친박실세로 손꼽히는 윤상현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 집단 탈당을 구상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과 비당권파 세력을 향해 러브콜을 날렸다. 한국당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바른미래당의 보수세력 흡수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유 의원이 보수통합 조건으로 제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정 여부를 놓고 보수야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의원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윤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도 민주당도 싫은 무당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6년부터 우리 당을 떠났던 중도층이 돌아와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이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보수 통합과 보수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과 통합 없이는 떠났던 중도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이 보수 통합과 혁신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을 높게 평가하고, 그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유 의원은 이젠 탄핵에 찬성했냐 반대했냐로 싸우지 말고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제안했다. 탄핵을 인정하자는 것이 탄핵이 절대적으로 옳았다거나 불가피했다는 뜻은 아닐 것으로 이해한다"며 "탄핵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우리끼리 싸우면 결국 문재인 정권만 이롭게 될 뿐이라는 인식에 저도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 의원과 바른미래당의 동지들이 돌아오면 윤상현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환영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돌아와야 한다"며 "보수 통합과 혁신을 위해 황교안 대표와 유 의원은 오늘이라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유 의원이 지난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보수야권 통합의 선결조건으로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 보수로 나아가기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기 등 3가지를 제시한 데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인터뷰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의미에 대해 "한국당이 탄핵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만 보수가 살 수 있다"며 "탄핵에 찬성했나 반대했나로 싸우면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향후 보수통합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을 끌어안아야 하는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정 여부가 당내에서도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는 만큼 별다른 입장표명을 않고 쉬쉬했다. 그러나 이날 친박 핵심인 윤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유 의원의 의중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은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대표 유승민)' 측과 당권파 측은 윤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변혁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고, 당권파는 유 의원 등의 탈당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한 한국당의 사전작업으로 내다봤다.

변혁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유 의원이 말한 3가지 통합 원칙에 대해 윤 의원이 환영한다는 것은 개인 생각으로 보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윤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동지'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오히려 윤 의원의 글은 변혁이 아니라 한국당 내부를 겨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우선 탄핵 문제를 접어두고 보수를 통합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유 의원은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해결해주는 형태로 선을 그어줘야 명분을 갖고 보수통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다른 관계자는 "유 의원은 바른정당을 만들면서도 탄핵을 인정하고 새집을 만들자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제와서 그걸 뒤집는 발언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윤 의원은 당내에서 탄핵 인정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우선 덮고 가자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역사적 평가에 맡기자'는 형태로 결정해주면 유 의원도 (탄핵 인정에서 판단 유보로)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