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이
조국 법무부장관이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전격적으로 자진사퇴했다. 장관으로 임명된 지 35일 만의 일이다. 자신의 가족들 문제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동력이 꺼지고, 대통령 지지율까지 흔들리는데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조국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략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여기까지”라고 사의를 밝혔다.

◇ 검찰개혁안 발표 후 약 2시간 만에 사퇴발표

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유 불문하고 국민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이날 오전 11시 2차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뒤 불과 2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를 마친 뒤 사의를 전달했다. 사퇴 결정은 청와대와 상의한 것이 아닌 조 장관 “개인적 결단이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사의를 밝힘에 따라 법무부는 인사혁신처에 면직처분을 구하게 되고, 국무총리의 면직제청을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면서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된다. 현재 면직절차가 진행 중이며 당분간 장관 업무는 김오수 법무부차관이 대행하게 된다.

◇ 서초동 집회 불구 여론반전 실패

리얼미터가 14일 공개한 민주당과 한국당 등의 정당지지율. 그래픽=김상석 기자
리얼미터가 14일 공개한 민주당과 한국당 등의 정당지지율. 그래픽=김상석 기자

조 장관의 전격적인 사퇴 결정은 악화되는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반전은 더 이상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실제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간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41.4%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당지지율은 조 장관 논란으로 인해 민주당(35.3%)과 자유한국당(34.4%)이 초박빙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로 진보층 결집에 일부 성공하는 듯 했으나,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오히려 보수진영의 대대적인 광화문 집회 등 보수층 결집 역효과만 불렀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리얼미터가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장관의 퇴진의견이 55.9%로 유지(40.5%) 응답자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주간집계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유무선 ARS 및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해 전국 성인남녀 2,502명이 최종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 전체 응답률은 5.3%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 문 대통령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타까운 심경을 금치 못했다. 이날 수보회의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저는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 장관의 검찰개혁 공로를 강조하며 ‘명예로운 퇴진’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며 “조국 법무부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때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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