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후보자 내정 때부터 거세게 일었던 논란을 뒤로 하고 지난 14일 전격 사퇴했다. 이른바 ‘조국 정국’ 속에 롤러코스터를 탔던 ‘조국 테마주’는 이날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후보자 내정 때부터 거세게 일었던 논란을 뒤로 하고 지난 14일 전격 사퇴했다. 이른바 ‘조국 정국’ 속에 롤러코스터를 탔던 ‘조국 테마주’는 이날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정치 이슈 속에 ‘테마주’는 어김없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에게 남긴 과제다.

정치적 이슈, 특히 선거와 맞물려 ‘테마주’가 들썩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을 집어삼킨 최근 국면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재현됐다.

조국 전 장관의 테마주로 지목된 것은 화천기계. 지난해 1,8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중견 공작기계 전문기업이다. 조국 테마주가 된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 회사에 감사로 재직 중인 A씨가 조국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로스쿨 동문이라고 한다.

조국 전 장관의 행보가 화천기계의 사업에 일정 부분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진 않다. ‘사법개혁’과 특히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건 조국 전 장관의 행보는 공작기계 업계와 무관하다. 화천기계 역시 “당사의 감사와 조국 청와대 수석(당시)이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그 이상의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다”며 “아울러 과거 및 현재 조국 수석은 당사의 사업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 사업과는 무관한 ‘테마주’… 거센 논란에 ‘강제 탑승’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천기계 주가는 지난 6월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조국 전 장관의 향후 행보에 대해 여러 관측이 제기되던 시점이다. 총선 출마설과 법무부장관 입각설 등이 제기됐고, 주가는 서서히 꿈틀대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물러나고(7월 26일), 서울대 교수로 복직(8월 1일)한 뒤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내정(8월 9일)되면서 화천기계 주가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법무부장관 후보자 내정 이후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화천기계 주가 흐름 역시 한층 더 격렬해졌다. 워낙 많은 의혹과 논란이 쏟아지고, 이에 대한 해명과 반박도 이어지면서 주가의 방향은 수시로 변했다.

이러한 양상은 9월 들어 더욱 심화됐다. 특히 여야가 청문회 개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9월 초 조국 전 장관이 장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뒤이어 인사청문회도 개최되면서 화천기계 주가는 가장 큰 폭의 움직임을 보였다. 8월 22일 2,82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9월 5일 장중 7,220원까지 껑충 뛴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의혹 및 논란에 해명한 바 있다. /뉴시스
조국 전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의혹 및 논란에 해명한 바 있다. /뉴시스

이후에도 롤러코스터 행보를 계속 이어가던 화천기계 주가는 지난 14일 또 한 번 중대 지점을 맞게 된다. 조국 전 장관이 전격 사의를 밝힌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 발표 이후 화천기계 주가는 곧장 하한가로 향했고, 그대로 장을 마감했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로 이른바 ‘조국 정국’이 일단락된 가운데, 조국 테마주도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는 전날까지만 해도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여당 지도부 등 핵심 정치인들도 당일 오전에야 사퇴 결심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반대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던 시점엔 사퇴 가능성도 자주 거론됐으나 조국 전 장관은 꿋꿋이 자리를 지킨바 있다. 정치적 이슈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것, 그만큼 정치 테마주는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는 잠시 쉼표를 찍었을 뿐이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날, 화천기계의 주가는 폭락했으나 서연전자는 정반대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서연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테마주로 지목되는 회사다.

이 같은 정치 테마주로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대부분 ‘개미 투자자’들이다. 정치 테마주가 특정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악용될 가능성과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법적인 규제를 통해 이를 관리 또는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현재도 해당 기업에게 공식적인 입장 및 해명을 발표하게 하거나,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대책은 있다”며 “주식시장의 특성상 그 이상의 대책을 마련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개인의 신중한 접근이다. 가장 최근 대선이 치러진 2017년 ‘대통령 선거 국면의 정치 테마주 특징과 시사점’을 발표한 바 있는 자본시장연구원의 남길남 선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정치 테마주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며 “확대된 금융 당국의 선제적인 시장조치와 이와 관련한 기업의 적극적인 수시공시는 정치 테마주 현상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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