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진 AIA생명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AIA생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차태진 AIA생명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자산운용수익률 저하로 순이익이 감소세를 보인데다, 최근에는 제재 이슈까지 잇따랐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 속에서도 보험 업황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이래저래 차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 자산운용수익률 하락에 이익 관리 빨간불

차 대표는 2016년 2월부터 AIA생명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국내 최초 보험설계사 출신 CEO로 유명하다. AIA생명 역사상 첫 한국인 CEO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취임한지 햇수로 4년째를 맞이한 차 대표는 지난해 회사의 법인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연임에 성공했다. 글로벌 보험사인 AIA그룹의 자회사인 AIA생명은 한국에 지점형태로 진출한지 31년만인 지난해 1월 법인으로 전환한 바 있다.

법인으로서 첫 발을 내딘 지난해 순이익 실적은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686억원으로 전년 동기(2,876억원) 보다 76.2% 감소했다. 법인 전환에 따른 세금 납부와 투자영업이익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AIA생명은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세금을 포함해 1,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자산운용수익률도 2.8%로 떨어지면서 수익을 갉아먹은 것으로 풀이됐다. AIA생명은 2016~2017년 운용자산수익률이 4%대를 보이면서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실적이 좋지 못했다.

올해도 사정은 좋지 못했다. 대규모 세금 이슈가 사라졌지만 이익 하락세는 지속됐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387억원으로 전년동기(927억원)보다 58.2%나 줄었다. 이에 대해 AIA생명 관계자는 “시장변동에 따른 투자손익 등의 감소로 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AIA생명의 2분기 말 운용자산수익률은 3%로 전년 동기(3.94%)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업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투자시장의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어, 자산운용 수익률 관리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AIA생명도 이같은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만큼, 더욱 면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진 형편이다. 이에 차 대표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그가 마주한 과제는 실적 이슈 만이 아니다. 올해 AIA생명은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에 있어, 잇따라 당국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올 3월 금융감독원은 AIA생명에 대해 IT보안과 고객정보관리와 관련해 경영유의 2건, 개선사항 7건의 조치를 내렸다. AIA생명은 고객정보 전송통제, 내부전산자료 보호, IT감사 절차 등 다수의 업무 및 내부통제 관리에 있어 미흡함을 지적받았다.

◇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도마위  

또 최근엔 임원 선임 및 겸직과 관련한 보고 및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가 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사임 포함)할 경우 선임일(해임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장)에 보고하고 해당 금융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IA생명은 지난해 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공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사실이 무더기 적발됐다. 또 2017년 4월28일부터 2018년 12월14일까지 임원의 겸직사실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사고 공시 의무도 위반했다. AIA생명은 소속 보험설계사 2명이 보험계약자 6명을 기망해 총 4억2,200만원을 편취한 금융사고에 대해 금감원에는 보고했지만, 홈페이지에는 즉시 공시하지 않았다. 이외에 회사는 준법감시인과 위험관리책임자의 보수 지급 및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관련 위반 사항을 종합해 AIA생명에 대해 과태료 8,55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AIA생명 관계자는 “미흡한 점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선 시정 조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다 관리를 철저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IA생명은 올해로 법인 전환 2년째를 맞이했다. 법인으로 독립하면서 본사의 세세한 통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차 대표가 남은 임기 동안 회사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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