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섬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잇따라 만나는 등 재계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김상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섬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잇따라 만나는 등 재계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를 계기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만난 것은 취임 후 11번째, 올해만 7번째다. 대외여건 악화와 국내 경기위축 상황에서 대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행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고 현장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현대차는 1997년부터 친환경차 연구개발에 돌입해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며 “대통령으로서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의 전기차수소차 기술력을 입증했고 올해 수소차 판매 세계 1위를 달성했다”며 “우리의 기준이 국제표준이 될 수 있는 시대가 결코 꿈이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연설 말미에는 “작년 2월 자율주행 수소차의 경부고속도로 시험주행에 시승했는데 자동차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변경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자율주행 기술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가 오늘 이 행사장에 타고 온 대통령 전용차도 우리의 수소차 넥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차 그룹 미래비전 발표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향후 2030년까지 수소차 연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것이며, 수소연료전지를 선박·열차·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동력원으로 확대하겠다”며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참석하신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미래차 발전전략’이 저희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미래차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문재인 정부 3대 중점육성 산업으로 지정된 분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자율주행차 시승으로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메시지를 낸 후 꾸준히 관련 행보를 거듭하며 정부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미래차 산업을 “추격자가 아니라 기술 선도국이 될 수 있는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날 행사는 미래차 산업 비전선포와 더불어 기업들의 기 살리기 차원도 크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대외여건 악화와 대내 경기위축 등 엄중한 경제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앞서 10일 문 대통령은 삼성디스플레이를 방문,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디스플레이 투자에 대해 특별히 사의를 표하기도 했었다. 이날 연설에서는 “자동차 업계와 노조가 함께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는 일자리 상생협력도 필요하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제 활력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것과 글로벌 경제가 현재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우리 거시경제는 튼튼한 편인데, 이를 바탕으로 내수경기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대통령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경제행보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삼성 방문을 두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사정한다고 (기업이) 투자하고, 투자하지 말라고 안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정난맥을 돌파하기 위해 친재벌 반노동 행보를 강화하는 차원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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