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15일 국감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15일 국감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진땀을 흘렸다. 갑질, 부실경영, 도덕적 해이 등 여러 문제와 관련해 따끔한 질타를 면치 못한 것이다.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대부분 석유공사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었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칠승 의원은 석유공사가 막대한 부채를 지니고도 직원들의 연봉을 인상하고, 주택자금대여금을 방대하게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방만경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던 석유공사는 2008년만 해도 5조5,000억원 수준이던 부채가 2011년 20조를 넘어선 바 있으며, 지난해 기준으로도 17조5,000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 2,287%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다.

권칠승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 직원들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이 2016년 7,200만원에서 2017년 8,200만원, 2018년 8,500만원, 올해 9,0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꼬집었다. 또한 성과급을 없애고 고정수당을 올리는 등의 부적절한 행태도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권칠승 의원은 석유공사가 2018년까지 직원 대상 주택자금대여금으로 총 1,05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며 지나친 특혜 제공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2019년 비상경영 추진계획’을 통해 밝힌 고통분담 및 비상경영과 전혀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 갑질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선 양수영 사장이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양수영 사장 취임 이후 팀장급 간부를 2~3등급씩 강등하고, 빈 사무실에 격리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인격고문이 이뤄졌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가 8,600만원의 벌금까지 부과 받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벌금에 국민 혈세가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양수영 사장은 “인사상 불이익 제보에 대해 사실 확인도 없이 악덕사업주를 만든다”며 유감을 표했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50여명 정도의 보직이 없어졌는데, 민간기업의 경우 퇴직해야하지만 공기업 특성상 신분이 보장돼있어 전문위원직으로 발령해 적당한 업무를 맡기고 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석유공사로 인해 파산 지경에 내몰렸다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호소는 이날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장면이었다. 참고인 자격으로 마이크 앞에 선 서한냉동 장한성 대표는 2008년 페루에 현지법인 수산물가공업체를 설립하고, 200억원을 투자해 부두 및 수산물 가공처리 공장, 사무실, 기숙사 등의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준공을 앞둔 2014년 7월, 대형 바지선 2척이 두부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부두를 철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고를 일으킨 선박은 석유공사가 콜롬비아 국영석유업체와 공동투자해 설립한 현지법인 ‘사비아’ 소유였다.

문제는 이후 보상 문제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한성 대표는 사고가 발생한지 어느덧 5년이 지났으나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상태이며, 이로 인해 자신은 물론 아내까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양수영 사장은 “사비아의 잘못에 의한 사고인 것은 확실하다”며 “공동투자한 회사라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보험사와 피해자의 싸움이 됐다. 올해 말까지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이니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절한 조치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장한성 대표는 재차 “석유공사가 모든 책임을 보험회사에 떠넘기고 있으며 보험회사는 고의적으로 보상 판결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재차 호소했고, 양수영 사장은 “보험회사 측과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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