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 연말 줄줄이 만료된다. /농협금융그룹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농협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 연말 줄줄이 만료된다.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대표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던 그가 이번에도 인사 칼바람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연임 시험대 오르는 농협금융 계열사 CEO

농협금융그룹의 계열사 CEO 기본 임기는 1년이다. 당초 2년이었지만 2016년 김용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빅배스를 실시한 후 계열사들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CEO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했다. 연임도 1년 단위로 이뤄진다. 농협금융은 2017년 말부터 각 경영진의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를 판가름하고 있다. 

올해 말 연임 시험대에 오르는 농협금융 계열사 CEO는 4명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과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오병관 농협손보 대표, 이구찬 농협캐피탈 대표 등이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홍재은 대표와 이구찬 대표는 지난해 말 선임된 인사로, 이번에 처음으로 연임 시험대에 오른다. 업계에선 두 사람의 재임 기간이 1년에 불과한 만큼,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농협금융은 관행상 CEO에게 2년 임기(기본 임기 1년+연임 1년)는 채우게 해왔다.

이에 이대훈 행장과 오병관 대표의 연임 여부는 예측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두 사람은 모두 2017년 말 선임돼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해 올해 말이면 임기 2년째를 채운다. 물갈이 차원에서 교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실적만 놓고보면 두 사람의 연임 전망을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대훈 행장이 취임 후 줄곧 좋은 경영성적표를 거둬왔다.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1조2,226억원으로 전년대비 87.5%나 급증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도 26.5% 가량 늘었다. 

반면 오 대표의 경영 실적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농협손보는 지난해말 당기순이익이 2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92.4%나 줄었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농협손보의 상반기 순이익은 59억원으로 전년 동기(205억원) 대비 71.2% 급감했다. 가축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등 각종 정책성 보험 상품에서 손실이 커지면서 실적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강원도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여파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졌다.  

◇ 희비 엇갈린 경영 성적표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대표. /농협손보

올 하반기에도 실적 관리에 빨간불이 커진 분위기다. 올 가을 링링, 타파, 미탁 등 대형 태풍이 연이어 찾아옴에 따라 많은 농가가 농작물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농작물재해 보험금을 취급하는 농협손보의 손실 부담도 커진 형편이다. 

재무건전성 관리에 있어서도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농협손보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174.1%를 기록했다. 당국의 권고치(150%)를 넘기고 있지만 업계 평균(256.9%)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되면 RBC 비율은 더 내려갈 수 있다. 보험사들은 이를 대비해 자본확충을 통해 RBC 비율을 최근 몇 년간 끌어올려왔다. 하지만 농협손보의 RBC 비율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여 우려를 샀다. 이에 최근 농협손보는 지주의 지원을 받아 자본 확충에 나섰다. 지난달 농협손보는 농협금융지주가 참여하는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증가가 완료되면 RBC비율은 20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은 다음달께면 자회사 CEO 선임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사 태풍에서 살아남는 인사가 누굴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