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발표 직전 2차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시스
자진사퇴 발표 직전 2차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민주당을 중심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정국의 중심에 놓이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검찰개혁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조국 전 장관은 이낙연 총리,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했었다.

사퇴한 조국 전 장관의 명예를 지켜주기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사퇴 당일인 14일 청와대 수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감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혼신의 열정을 쏟은 그의 역할은 불쏘시개 이상”이라고 했고, 이재정 의원은 “검찰개혁의 상징이 됐다”고 조 전 장관을 치켜세웠다.

◇ 문 대통령 '페르소나' 조국 지키기

이는 자연스럽게 조 전 장관의 출마설로 옮겨 붙었다. 앞서 조 전 장관의 자진사퇴를 예측했던 박지원 의원은 “검찰 수사 여부와 함께 정경심 교수 등 가족들 건강이나 문제가 잘 극복된다고 하면 (조 전 장관이) 국민 심판을 직접 받겠다고 나서리라 예상한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이든 대선이든 민주당에 끌어들일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은 정치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사자의 출마의사와 관계없이 구체적인 지역구까지 거론될 정도다. 조 전 장관의 고향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근간인 부산이 첫 손에 꼽혔고, 일각에서는 서울대 법대 동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의 맞대결을 점쳤다. ‘개혁 대 반개혁’으로 선거구도를 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고 야권통합의 기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조국 사퇴’를 외친 광화문 집회에 수십만의 인파가 모이면서 눈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중도층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우리가 출마해달라고 요청할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조국 사퇴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부터 세종로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 /뉴시스
지난 3일 조국 사퇴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부터 세종로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 /뉴시스

◇ 안이박김 이어 조국까지 대선주자 잔혹사

최근 여론흐름을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측 의견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지난 11일 40.4%로 저점을 찍은 뒤 14일 42.2%, 15일 45.4%, 16일 46.5%로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전후에 여론흐름이 바뀐 셈이다. 10월 2주차 33.5%까지 떨어졌던 중도층 지지율이 조 전 장관 사퇴 후 39.2%로 상승한 것이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의 출마를 강행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현 시점에서의 출마설은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여겨지는 조 전 장관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한 액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잠재적인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하나 둘 정치적 타격을 입고 낙마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의 경우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사실상 정치생명이 끊어졌고, 이재명 지사와 김경수 지사는 각각 2심과 1심에서 유죄를 받아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른바 ‘안이박김 숙청설’을 넘어 ‘민주당 대선주자 잔혹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력인사들의 대선레이스 이탈은 민주당 지지율과 차기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숨어 있는 샤이보수를 끌어내고 야권통합 모멘텀을 만들려고 해도 여론이 잘 움직이지 않았는데, ‘조국 사태’로 한 방에 해결이 됐다”며 “민주당이 지지층 이반을 우려해 당연히 조 전 장관을 감싸겠지만, 한국당 입장에서는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기 좋은 공략 포인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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