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유승민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변혁 의원 비상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유승민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변혁 의원 비상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유승민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치적 결단의 기로에 선 유 대표의 보수통합 관련 발언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변혁의 탈당 이후 행보가 신당 창당보다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 무게중심이 쏠린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유 대표가 탈당 이후 전략을 잘못 구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 통합과 별개로 개혁보수 신당이 나와도 국민들은 유 대표가 한국당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중도층과 보수층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변혁이 첫 걸음마를 뗀 지난달 30일만 해도 유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보다는 당의 창당정신 회귀를 강조했다. 그는 당시 간담회에서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을 회복하고, 당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변혁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혁에는 15명(유승민계 8명·안철수계 7명) 의원이 뜻을 모았다.

이 때만 해도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조건을 달긴 했지만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은 새누리당 탈당 당시와 같았다. 그는 "개혁보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합칠 수 있지만 지금 한국당 모습이 새로운 보수, 국민 신뢰와 사랑을 받는 보수의 모습으로 재건하고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늘 회의적이었다"며 "당 일부에서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은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구애에도 거침이 없었다. 유 대표는 지난 4일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독일에 계신 안 대표도 (변혁에) 동참해주길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안 전 대표와의 교감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들을 통해 수개월 동안 간접적으로 대화했고, 이제는 직접 연락을 하고 직접 의사를 묻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인 지난 6일, 안 전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미국행을 결정했고 그 시점이 이달 1일부터였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변혁 내부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안 전 대표와 교감한다고 밝힌 유 대표가, 며칠 전부터 안 전 대표가 미국 활동을 시작한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유 대표의 기분이 무척 상했을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 함께하려던 변혁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고 평가했다.

이 사건 이후 유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당에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통합 조건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짓기 등 3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1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재건에 대해 대화해보자고 하면 언제든 만날 생각이 있다"고 했다.

물론 유 대표가 창당에 대해 "유력한 옵션"이라고 발언하기는 했지만, 보수통합 발언에 비해 구체적이라 보기 어렵다. 특히 변혁 출범 당시 유 대표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당 통합설에 대해 "진정성 모독이자 정치적 공세"라고 혹평한 것을 감안할 때, 안 전 대표의 미국행을 접한 이후 유 대표에게 상당한 심적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 대표의 제안에 황 대표가 대구 행사에서 "(유 대표와)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한국당과의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 됐다. 보수통합 및 탈당시기를 놓고도 변혁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등 변수가 상당하나, 대외적으로 변혁을 이끄는 유 대표의 의중이 통합에 기운 것으로 비쳐지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같은 유 대표의 보수통합과 관련한 구체적 발언들이,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과 별개로 향후 개혁보수 신당을 창당했을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유 대표가 전략적인 실수를 하는 것 같다. 신당 창당과 신당의 총선 승리 비전을 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당과 통합하는 이야기만 회자되면 신당이 나와도 중도층과 보수층에서 안정적인 지지율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은 탄핵을 인정하기 어려운 입장이어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 대표의 말이 사실상 통합불가선언이라고 보고 있다. 유 대표와 황 대표가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유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할 것으로 판단할 텐데, 그렇게 되면 누가 '유승민 신당'을 지지하겠느냐. 유 대표가 조금 성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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