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집행유예를 최종 확정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판결 이후 구치소를 나오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모습. /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집행유예를 최종 확정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판결 이후 구치소를 나오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유죄 확정은 면치 못했지만, 중대한 시기에 경영공백을 재현하지 않게 된 것이다.

대법원 3부는 17일 뇌물공여 및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던 2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감옥행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며 경영공백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의 핵심 혐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부터 촉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며 최순실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뇌물공여죄로 기소된 것이다.

또한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전부터 진행됐던 롯데 총수일가 비리 수사와 관련해서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롯데시네마의 매점 임대 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혐의와 총수일가에게 부정 급여를 지급한 혐의, 롯데피에스넷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이다.

◇ 사상 첫 롯데그룹 총수 구속, 재현은 피했다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경영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 등 위기를 마주하고도 이를 넘겨왔던 신동빈 회장은 뇌물공여죄 1심 판결로 인해 결국 구속신세를 면치 못했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뇌물공여 혐의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롯데그룹 총수의 사상 첫 구속은 큰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뉴 롯데’를 선언한 뒤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형제 간 갈등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었기에 신동빈 회장의 공백은 더욱 뼈아프게 여겨졌다.

신동빈 회장이 구속신세에서 벗어난 것은 8개월 뒤인 지난해 10월이다. 경영비리 혐의와 국정농단 관련 혐의가 합쳐져 진행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혐의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뇌물공여의 성격을 수동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앞선 9월, 비슷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최종 확정하면서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대법원은 뇌물공여의 성격을 수동적으로 판단했던 항소심과 달리 적극적인 의사에 따른 것으로 인정했지만 양형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는 롯데시네마 임대 사업 업무상 배임을 제외하고 모두 무죄를 인정했다.

이로써 경영공백 재현 위기를 넘긴 신동빈 회장은 여러모로 뒤숭숭한 상황 속에 경영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항소심을 통해 경영에 복귀한 직후 향후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지난 5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다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간 바 있다.

물론 롯데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통부문이 부진에 빠져있으며, 특히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현안도 산적해있다. 지주사 전환의 중대한 절차 중 하나인 금융계열사 정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고, 호텔롯데 상장과 일본 측 지분 연결고리 해소도 오랜 숙제로 남아있다.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은 형제간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며, 지난 수년간 크게 실추된 그룹 이미지 회복 역시 시급하다.

한편, 롯데지주는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많은 분들의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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