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82년생 김지영] 젠더 갈등? 일단 보고 판단하시라
2019. 10. 1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82년 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지영(정유미 분). 때론 어딘가 갇힌 듯 답답하기도 하지만 남편 대현(공유 분)과 사랑스러운 딸, 그리고 자주 만나지 못해도 항상 든든한 가족들이 지영에겐 큰 힘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는 지영. 대현은 아내가 상처 입을까 두려워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지영은 그런 대현에게 언제나 “괜찮다”며 웃어 보인다.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8년 단편 영화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스크린에 재탄생한 ‘82년생 김지영’은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실히 지켜내면서도, 한층 더 깊어진 드라마와 스토리로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이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디테일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담아낸다.

꿈 많던 어린 시절, 매사에 자신감 넘쳤던 직장 생활을 거쳐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지영은 나 혹은 우리 주변인이다. 때로는 행복함을 느끼지만, 오늘과 다름없을 내일이 반복되는 현실에 왠지 모를 불안과 막막함, 문득문득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듯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는 지영의 모습이 뼈저리게 공감 가는 이유다.

그럼에도 늘 괜찮다고 웃어 보이며 담담하던 지영이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돼 내뱉는 말들은 저릿하게 다가온다. “지영이, 외롭게 하지마.”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위 왼쪽부터) 공유와 정유미, (아래 왼쪽부터) 김미경 김성철 공민정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위 왼쪽부터) 공유와 정유미, (아래 왼쪽부터) 김미경 김성철 공민정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지영뿐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섬세하게 담아낸다. 가끔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아내의 변화를 지켜보며 걱정하고 가슴 아파하는 남편 대현을 비롯해 지영의 엄마와 가족, 동료 등이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특히 대현은 원작보다 분량이 늘어났다. ‘행동’도 한다. 육아를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하거나 부부 싸움 후 토라진 아내에게 밥을 차려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한숨을 나오게 하지만, 아내를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거나 아내의 복직을 위해 육아휴직도 결심하는 등 소설보다 한걸음 나아간 대현의 모습이 반갑다. 

지영도 성장한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만 마음을 털어놓던 지영이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는 뭉클한 감동과 함께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엔딩도 좋다. 씁쓸함을 안겼던 소설과 달리 영화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에 대해 김도영 감독은 “지영 엄마보다는 지영이가, 지영보다는 딸 아영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82년생 김지영’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
​‘82년생 김지영’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지영을 연기한 정유미는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담담한 모습부터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뜨거워지는 감정까지 섬세한 연기로 극을 이끈다. 대현으로 분한 공유도 좋다. 평범한 일상 속 인간적인 모습과 아내를 걱정하는 대현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엄마 미숙 역을 맡은 김미경부터 공민정(은영 역)·김성철(지석 역)·이얼(영수 역) 등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다.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일부 네티즌의 평점 테러와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원작이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며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다만 직접 보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러닝타임 118분, 오는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