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탄생 30주년을 맞은 빈폴이 로고와 서체 등 대대적인 리뉴얼은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빈폴 브랜드 리뉴얼 간담회에서 정구호 크레이에티브 디렉터가 빈폴의 새 로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삼성물산
브랜드 탄생 30주년을 맞은 빈폴이 로고와 서체 등 대대적인 리뉴얼은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빈폴 브랜드 리뉴얼 간담회에서 정구호 크레이에티브 디렉터가 빈폴의 새 로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삼성물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핵심 브랜드인 빈폴이 서른돌을 기념해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달라진 패션 경향에 맞춰 새로운 자전거로 갈아 탄 빈폴이 정체에 빠진 삼성물산 패션 사업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 중절모 벗고 야구캡… 회춘한 빈폴

올해로 서른살이 빈폴이 환골탈태했다.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닐 만큼 로고와 서체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크게 달라졌다. 로고의 페니 파싱(앞바퀴가 큰 초창기 자전거) 형태는 유지하되 바큇살을 없애 클래식한 느낌을 덜어냈다. 또 턱시도를 입은 영국 신사를 연상케하는 탑승자에겐 야구모자와 일상복을 입혀 자율성을 부여했다.

서체도 달라졌다. 빈폴에 보수적 이미지를 씌우는 데 한몫한 영문 폰트에 젊은 느낌이 나도록 변형을 가했다. 별도의 한글 서체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과 협업해 ‘빈폴체’를 만들었다. 서양 문화가 녹아들기 시작한 1960~70년대 한국의 풍경에서 리뉴얼 영감을 받았다는 정구호 디렉터가 추구하는 빈폴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맞춰 의류에도 마루나 천장, 유리 등 근·현대 한국 건축 양식을 접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빈폴은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전용 라인도 새롭게 공개했다. 브랜드명은 ‘팔구공삼일일’(890311). 빈폴의 생일인 1989년 3월 11일에 착안해 작명했다. 팔구공삼일일에선 그동안 폴로를 벤치마킹해 성장해 온 빈폴의 고뇌가 엿보인다. 더 이상 아메리칸 클래식으로는 밀레니얼 세대를 상대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형형색색의 스트릿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아이템을 들고 나왔다.

업계에선 확 달라진 빈폴이 삼성물산 패션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업계 1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소 활력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폭적인 투자를 받는 에잇세컨즈는 한국의 유니클로가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국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초엔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운영하던 캐주얼 노나곤과 20년간 운영하던 라이선스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도 접었다.

실적도 주춤하다. 1조8,500억원 규모이던 연매출은 1조7,500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로 인해 삼성물산 전체에서 차지하던 매출 비중도 5%대로 내려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은 빈폴이 밀레리얼이나 Z세대에 적합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이뤄진 것이지 해당 브랜드가 회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는 무관하게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빈폴은 시대에 맞는 브랜드가 되고자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