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여성 관리자 확대를 놓고 고민에 빠져들 전망이다. /대구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은행권의 연말 정기 임원 시즌이 가까워오고 있다. 주요 고위 임원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가운데 유리천장을 깨는 사례가 얼마나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수년째 여성임원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대구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도 관심이 쏠린다.

‘유리천장’은 여성직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해 발표한 ‘2019년 유리천장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해당 유리천장지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임금, 관리직 진출과 임원 승진, 의회진출, 유급 육아휴가 등의 자료를 토대로 산출됐다. 

이같은 유리천장 문제는 금융권에서도 심각한 실정이다. 금융경제연구소가 7일 발표한 ‘은행권 유리천장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특수은행·지방은행 등 18개 은행의 평균 여성임원 비율은 전체 임원의 6%에 불과했다. 

다만 올해들어 은행권에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2명의 여성 미등기 상근 임원을 최초로 등용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여성가족부와 자율협약을 맺고 여성 임원 비율을 2022년 20%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른 금융지주나 시중은행들도 여성 고위 관리자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업계에선 여전히 보수적인 인력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여성임원이 없었다. 

지방은행 업계 2위인 대구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구은행의 등기임원 및 미등기 상근임원수는 모두 23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비율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구은행은 2013년 양현숙 PB센터장을 임원급인 영업본부장으로 깜짝 발탁하면서 ‘유리천장 깨기’에 물꼬를 텄지만, 양 전 본부장이 퇴임한 후에는 맥이 끊겼다. 부행장보 이상의 고위직급 여성임원이 탄생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책임자급에서 여성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적었다. 대구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원을 포함한 은행의 총 임직원수는 2,963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급 이상의 책임자급 임직원수는 모두 1,277명으로 집계됐다. 책임자급 중 여성 직원은 317명으로 남성 직원(960명)에 비해 적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조직 내에 유리천장 관행이 두터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2017년 비정규직 여직원 성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직장 내 남녀 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조금씩 조직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 승진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조직 내 의식 변화와 여성 관리자 양성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오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드러난 바 있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27일 아시아포럼21 정책릴레이 토론회에 참석해 “수차례 여성임원을 뽑기 위해 시도했지만 자격요건이 안 돼 못하고 있는데 향후에 여성임원을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 정기 인사 시즌에 이같은 의지가 확인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대구은행 측은 “여성 임원의 승진을 막는 장애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 역시 여성 직원의 관리자급 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특별한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올 정기 임원 인사에 대해선 “인사라고 하는 것은 결과가 나와 봐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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