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 “중대 사태 반복 발생, 조직 시스템에 중대 결함 있을 수도”
안전성 검증 부실 논란, ‘임상시험 정기적 안전성 정보보고’ 의무화 추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특수용도식품 제조업체와 이유식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을 점검해 관련법을 위반한 8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고 늑장 대처로 일관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잇단 ‘뒷북 대처’가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인보사 △발사르탄 △라니티딘 등 의약품·의료기기 사태와 관련, 해당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고 늑장 대처로 일관했다 게 골자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제도와 안전성 검증 방식이 부실하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식약처의 시스템 개편과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허가·관리 구멍 숭숭… 식약처, ‘뒷북 대처’ 언제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약품들은 모두 식약처의 정상적인 허가 제도를 거쳐 국내에 유통되고 환자들에게 사용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를 발견한 건 해외에서다. 해외 의약품 관리당국 조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에 식약처도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다.

특히 인보사 사태는 허가 과정에서부터 정상적이지 못한 모습이 보였음에도 식약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가 이례적으로 두 번 열렸다. 이 과정에서 위원 구성이 바뀌고 중앙약심의 품목허가 ‘불허’ 결정이 ‘허가’로 변경됐다. 인보사의 신장세포 여부를 확인한 검사법인 ‘유전학적 계통분석(STR)’ 검사법을 식약처가 이미 2010년 인지하고 있었지만 허가 당시 활용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는 충분히 사전에 예방이 가능했음에도 식약처의 ‘안이한 태도’가 부른 참사”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문제가 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실사나 투약환자 전수조사 등을 실시하지만 조치가 신속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식약처에서 그동안 취한 조치라고는 ‘허가취소’가 전부다. 당초 투여환자를 모두 추적해 부작용을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 7일 국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장기추적조사를 위한 환자 2명의 검사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인보사 사태에 앞서 지난해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약에서 발암가능물질로 알려진 ‘N-니트로소다이메틸아민(NDMA)’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계 간 건강보험 추가 지출 손실금에 대해 책임 공방이 진행중이다. 지난해 NDMA로 곤혹을 치렀음에도 지난달에는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에서 같은 성분이 검출돼 식약처가 ‘발사르탄 사태’때와 같이 해당 의약품을 회수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통해 지적되는 가장 큰 문제는 식약처의 ‘뒷북 대처’다. 매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청(EMA) 등 해외 의약품 규제당국의 발표가 있은 후 식약처는 그 결과에 따라 조사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는 ‘선제적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 식약처 “DSUR 의무화 추진 통해 안전관리 강화”  

이러한 사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관리’를 지적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식약처가 다빈도 처방 의약품의 위험성을 스스로 먼저 알아내려는 노력이 없다”며 “위협을 인지한 후엔 신속하게 대처하는 척 하기 위해서 일부 검사결과만 발표했다가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꼴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를 겪었음에도 1년간 대응 매뉴얼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며 “식약처의 무능하면서도 뻔뻔한 태도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중대한 사태가 두 번이나 반복됐다는 것은 단순히 능력의 부족이나 실수의 차원이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에 어떤 중대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문제를 찾아 체질을 개선하고 충분한 전문인력 확보와 조직개편을 통해 식약처가 의료계의 신뢰를 얻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의약품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임상시험 정기적 안전성 정보보고(DSUR)’ 의무화 추진을 대응책으로 내세웠다. 임상시험 정기적 안전성 정보보고는 의약품 허가 전 단계인 1~3상 임상시험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다. 이것이 추진될 경우 제약사와 임상기관은 임상 진행과정을 식약처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해당 대책은 지난 8월 식약처가 발표한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에 포함돼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도 임상 관련 보고서는 꼼꼼히 검토하고 있으며 해당 정책이 추진된다면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검토를 하게 돼 지금보다 더 철저한 감시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보고서 내용을 검토해 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엔 실사를 실시하며 이와 별개로 정기 또는 수시로 실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 정기적 안전성 정보보고는 업계의 인력, 비용 등 사전 준비사항을 고려해 2020년부터 개발되는 신약에 단계적 도입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