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또 다시 잔인한 가을을 마주하게 됐다. /뉴시스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또 다시 잔인한 가을을 마주하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또 다시 가을에 고개를 숙였다. ‘감독’으로서 가을의 주인공이 될 순 없는 것일까.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가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끝냈다. 키움 히어로즈에게 싹쓸이 3연패를 내줬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자 올 시즌 정규리그 내내 1위를 달린 SK 와이번스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누구보다 속이 쓰릴 사람은 염경엽 감독이다. 자신을 감독으로 데뷔시켜 주고, 명장으로 발돋움하게 해준 친정팀과 옛정이 깊은 제자들에게 일격을 당했다. 어느덧 5번째 가을야구를 또 다시 조연으로 마감했다는 점도 씁쓸한 대목이다.

선수시절 그리 특출나지 않았던 염경엽 감독은 2013년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 히어로즈) 감독으로 깜짝 발탁됐다. 그리고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첫해부터 사상 첫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이후에도 염경엽 감독과 영웅군단은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쥐며 신흥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가을야구의 최종 주인공이 되진 못했다. 첫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2013년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만나 먼저 2승을 챙기고도 내리 3연패를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듬해인 2014년엔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제치고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경험과 관록에서 앞선 삼성 라이온즈를 넘지 못했다. 2015년과 2016년엔 모두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상대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였다.

2016년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게 패한 직후 염경엽 감독은 사퇴 의사를 전격 발표했다. 발탁 때 못지않은 깜짝 발표이자 큰 충격을 안겨준 발표였다. 팀을 강팀 반열에 올려놓고도 끝내 가을야구에서 성공하지 못한 피로도가 사퇴의 배경이었다. 그렇게 염경엽 감독은 첫 감독 재임 기간 4년 내내 가을야구에 진출하고도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은 손에 쥐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후 염경엽 감독은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이듬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취임 2년차인 지난해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감독으로서 끝내 닿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단장으로서 경험한 것이다.

올해는 다시 ‘감독 염경엽’으로 돌아온 첫해였다. 전임 트레이 힐만 감독의 뒤를 이어 단장에서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SK 와이번스는 염경엽 감독과 함께 시즌 내내 순항을 이어갔다. 거침없는 기세로 승리를 쌓아가며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하지만 가을이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SK 와이번스는 시즌 막판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한때 9경기에 달했던 차이를 지키지 못한 채 두산 베어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를 통해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는 나란히 88승 1무 55패를 기록하게 됐고, 상대전적에서 앞선 두산 베어스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뒤숭숭한 분위기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됐다. 1차전에서는 연장혈투까지 가고도 타선이 끝내 침묵했고, 2차전은 난타전 양상 속에 마운드가 무너졌다. 3차전은 아예 일방적인 완패였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자신의 다섯 번째 가을야구 도전도 실패로 마무리하게 됐다. 감독으로서 재임한 5년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좀처럼 가을의 주인공이 되진 못하고 있다. 단장으로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해본 만큼, 감독으로서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욱 목마를 염경엽 감독이다.

염경엽 감독의 올해 가을은 끝났지만,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SK 와이번스는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고, 보강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래도 징크스는 무섭다. 어느덧 5년이다. 다시 돌아올 가을엔 염경엽 감독이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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