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 가운데 약 40%가 보증금을 완전히 보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 가운데 약 40%가 보증금을 완전히 보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경매된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 가운데 약 40%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2년 정도 소요되는 법정다툼까지 거치고도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못 받는 세입자가 10명 중 4명이 되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법원 경매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매에 부쳐진 세입자를 둔 주택 4,574건 가운데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1,738건에 달했다.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액은 약 603억 원 규모였다. 이 중 482명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보증금 전액을 날렸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1만1,363명으로 늘어난다. 총 보증금 액수는 3,673억 원이며 이 중 3,178명은 보증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 기준 다가구나 다세대 등 아파트 외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비중은 69%나 됐다.

집주인의 체납으로 인해 공매로 넘어가 돌려받지 못한 임차보증금도 5년간 734건 253억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조세채권 우선의 원칙'에 따라 집주인의 체납으로 주택이 공매에 붙여졌을 경우 세금이 보증금 보다 우선하여 충당된다. 집주인의 체납액이 클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전액 회수가 어렵다는 얘기다. 집주인의 납세상황을 알 수 없는 세입자만 억울한 셈이다.

이에 정부여당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의 권리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세금반환보험 의무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인 권리관계 제공 의무화 등이다. 박홍근 의원은 “경매나 공매에 들어가도 임차인의 보증금을 전부 보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등기부만으로 확인되지 않는 체납 정보나 선순위 보증금 등 기본적인 권리관계 정보다 임대차 계약 시 관행적으로 생략돼 세입자가 사전에 위험한 주택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박주민 최고위원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 보호조치에 미흡하다. 주택임대차 기간 1년에서 2년 연장이 된 게 30년 전임에도 후속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가 법 개정으로 경제적 약자 보호에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