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주52시간제와 포괄임금제 폐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시스
게임업계가 주52시간제와 포괄임금제 폐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게임업계가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선 업종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제도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 문제까지 휘말리면서 내년부터는 곳곳에서 탈이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탄력·유연근무제 도입에 포괄임금제 폐지까지…

국내 3N 게임사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게임빌, 컴투스, 웹젠, 펄어비스 등의 게임사들이 지난해 7월 주52시간제 도입과 동시에 근로시간 단축에 나섰다.

넥슨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법으로 허용된 월 단위의 최대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넷마블은 일일 근무 확인 시스템을 도입했고 기존 근무가능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로 변경했다. 엔씨는 유연출퇴근제를 도입해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 30분 간격으로 원하는 시간에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3사는 업무시간 체크 시스템도 도입해 주52시간 근로제의 취지에 힘을 보탰다. 15분 넘도록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리비움’ 메시지가 뜨면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 이는 옥상 흡연실, 사내 카페 등과 같은 비업무공간에 5분 이상 머물 때도 해당된다.

이와 함께 ‘공짜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 폐지에도 앞장섰다.

중견 게임사들도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근무 시스템을 도입하고 스마일게이트 등 일부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주52시간제를 처음 적용할 때도 별다른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고 성실히 지켜온 게임업계가 시행 1년을 넘긴 올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시찰 자리에서 “주52시간으로 인해 국내 게임업계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 시책을 전체적으로 따라야하지만 게임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 생산성 하락·글로벌 경쟁력 유지 고민… 업계선 부담섞인 목소리

김 대표의 발언을 놓고 최근 게임사들의 신작 출시 지연과 이에 따른 중국·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 우려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표의 작심발언에 업계에서도 비단 엔씨만의 고민은 아니라며 공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주52시간제 도입과 포괄임금제 폐지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주52시간제의 경우 현재까지도 만족하는 직원들이 다수 있다. 다만 현재 개정안에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발을 하고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업종 특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게임사에서는 직원들이 야근을 포함한 근로시간을 계획해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프로젝트의 야근 및 추가 근무가 즉흥적인 경우가 많아 불편함을 느끼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3N이 도입한 근무 확인 시스템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모양새다.

중견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야근이 줄어들면 기존에 해오던 업무량을 맞추기 위해 그만큼 채용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수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임사들에게 인건비 증가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에 주던 연봉은 삭감하지 않는 방향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 도입을 미루거나 업종의 특성이 반영된 개정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현재 주52시간제와 포괄임금제 폐지가 게임산업에 맞는 논의나 개정 없이 이대로 정착되면 특히 중소게임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형 게임사는 버거워하는 이슈인 만큼 중견·중소 게임 개발사들을 대상으로는 제도 적용을 유예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