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 조계종 원행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 조계종 원행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조국 전 장관의 임명과 사퇴 과정에서 촉발된 국론분열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협치를 위한 노력을 했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명시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조국 전 장관 딸의 입시과정을 두고 “합법적 제도 속에 내재된 불공정”이라고 하는 등 성난 여론을 달래는 데 주안점을 뒀다.

◇ 개천절 광화문 집회 계기로 심각성 인식

당초 조 전 장관 논란과 되도록 거리를 유지했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분위기가 급반전된 계기는 개천절 광화문 집회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요구했던 서초동 집회 이상 규모의 ‘조국 사퇴’ 집회가 열렸고,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이 내심 놀랐다는 후문이다. 광화문 집회의 기세로 지지율 40% 선이 붕괴될 위험에 놓이자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었다. 앞서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 ‘11월 조국 퇴진설’이 나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에는 검찰개혁과 경제행보 두 가지 축으로 국론통합과 민심수습에 나서고 있다. 진보·보수 양 진영 모두 공통적으로 검찰개혁을 바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이 김오수 법무부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개혁안을 마련해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직접 검찰개혁을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론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화를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민생과 일자리 역시 모든 국민들의 공통 관심사로 국민통합의 기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래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는 한편, 중소중견기업과의 협업 및 일자리 창출효과를 강조하려 애썼다. 지난 4일 경제단체장 비공개 오찬을 시작으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15일 현대자동차 방문일정을 잡았고, 17일에는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어려운 경기여건을 감안해 당분간 경제행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 검찰개혁·경제행보 두 축으로 여론반전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간집계에서는 국정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3.6% 포인트 오른 45%를 기록, 조 전 장관 사퇴 후 긍정평가가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같은 기간 4% 포인트 하락했다는 결과(39%)가 나왔다. 조 전 장관 사퇴로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됐다는 다른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청와대는 여론의 반응을 살피면서 당분간은 방향에 큰 변화 없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경우, 향후 대규모 인사개편과 같은 극약처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청와대와 내각의 대폭 인사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고 여권 내부에서도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국론분열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사쇄신을 통해 새로운 국정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결단 (사항)”이라며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종교지도자들을 특별히 청와대로 초청해 국민통합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공수처 같이) 국민들이 공감을 모으고 있었던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방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총선이 점점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은 더 높아지고 또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대통령인 저부터, 또 우리 정치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종교 지도자들께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셔야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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