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이 남영비비안 인수에 나서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속옷업계가 시장 포화로 침체에 빠진 가운데 쌍방울이 ‘경쟁사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쌍방울은 자사보다 덩치가 큰 남영비비안을 품에 안기 위한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속옷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이목이 주목된다.

쌍방울은 최대주주인 광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영비비안의 경영권 매각입찰에 참가했다. 남영비비안 인수전에는 국내 유명 패션 회사 및 사모펀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광림컨소시엄은 경쟁을 뚫고 남영비비안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1일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은 공시를 통해 각각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매각 대상은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23.80%)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75.88%다. 남영비비안은 국내 여성 속옷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비너스’ 브랜드로 유명한 경쟁사인 신영와코루와 함께 양대 산맥을 구축해왔다. 남영비비안은 비비안을 비롯해 비비엠, 마터니티, 젠토프, 수비비안, 로즈버드, 판도라, 드로르 등 8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061억원을 기록했다.

남영비비안은 최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영업손실 39억원, 당기순손실 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 같은 수익성 부진은 업황 악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속옷업계는 시장 경쟁 심화로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어왔다. 특히 주요 속옷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유통력을 앞세운 글로벌 SPA 브랜드와 신규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쌍방울 역시 상황이 좋지 못했다. 속옷브랜드 ‘트라이’로 유명한 쌍방울은 연결기준으로 2016년과 2017년 각각 –151억원, -2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하다 지난해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쌍방울은 지난해 5억6,4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다만 당기순이익 적자 행진은 끊지 못했다. 쌍방울은 지난해 –9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1,434억원)에 이어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매출 외형도 쪼그라들었다. 쌍방울의 매출은 1,017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7.28% 감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의 돌파구로 쌍방울은 남영비비안 인수 추진을 결정했다. 남영비비안은 쌍방울보다 매출 규모가 2배가량 큰 곳이다. 또 여성 속옷 라인업 부문에선 독자적인 입지도 구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 속옷 라인업이 약한 쌍방울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매물이다. 쌍방울은 ‘샤빌’이란 자체 여성 란제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비안과 비교하면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쌍방울은 남영비비안 인수를 통해 여성 란제리 부문의 사업 역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선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후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21일 남영비비안은 전 거래일 대비 29.78% 오른 2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쌍방울은 전 거래일 대비 3.37% 오른 1,075원에 장을 마쳤다. 

한편 쌍방울은 남영비비안 측과 21일부터 본격적인 매각 협상을 개시할 방침이다. 11월 15일까지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잠정 목표로 삼고 있다. 과연 인수 레이스를 무사히 마치고 남영비비안을 품에 안아 재도약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