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들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방한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들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의 군사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김형룡 인민무력성 부상이 한국과 미국에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했다.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과 같은 의미다.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현재까지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 김형룡 부상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샹산포럼에서 “북한은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한미 당국의 행보로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형룡 부상은 “북미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완전히 미국의 시대착오적이고 적대적인 정책 때문에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전이 없다”며 “한국이 미국과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미국의 첨단 군사 장비를 구입하면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미 당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북한은 올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줄곧 미국 측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까지 영변 핵 시설의 영구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현재는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중단에 대한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철수,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과감한 요구는 재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상황을 감안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은 “북한의 행동을 복기해보니 (스톡홀름 실무회담은) 처음부터 깨려고 했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할 필요 없고 조금 더 압박을 가하자. 그러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나오지 않겠나 하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풀이했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협상 결렬 이후에도 꾸준히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밀감을 과시하며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백악관 각료회의 중 불쑥 북한을 거론하며 “나는 김 위원장을 존중하고 그도 나를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김 위원장에게 11번 전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이는 존중의 결핍”이라며 “그(김 위원장)는 내 전화는 받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권이었다면 북한과 끝내 전쟁을 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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