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고발했다. /뉴시스
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고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황제보석’ 논란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아오다 보석 취소에 따른 재수감 및 8년 만의 형 확정으로 철퇴를 맞은 바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잔혹사’를 이어가게 됐다.

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2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을 고발한다고 밝히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을 고발한 혐의는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등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해 언론보도를 통해 주요 고위인사에 대한 전방위 ‘골프 접대’ 의혹에 휩싸인 바 있는데, 이번 고발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고발에 나선 시민·사회·노동단체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300명에 달하는 전·현직 정관계 고위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라는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골프 접대 등 로비를 통해 보석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골프장 ‘휘슬링 락’의 상품권을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강제로 사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배임이 자행됐다고도 주장했다.

◇ ‘은둔자유’ 누렸던 회장님, 고발 또 고발

이로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또 다시 검찰 수사 및 법적 책임을 마주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한때 법적 책임을 피해 자유로운 ‘은둔생활’을 누렸던 그가, 더욱 긴 ‘옥살이’를 하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잔혹사’는 무려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백억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던 그는 2011년 1월 22일 전격 구속됐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뒤인 2011년 3월 24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암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풀려났다. 이듬해인 2012년 2월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구속집행정지연장은 무려 13차까지 계속됐고, 2012년 6월엔 역시 건강을 이유로 병보석이 허가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병보석으로 풀려난 가운데, 재판은 파기환송을 거듭하며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2012년 12월 2심 재판부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무려 3년 9개월 뒤인 2016년 8월에 이르러서야 횡령 판단 대상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2017년 4월 내려진 파기환송심의 징역 3년 6개월 선고도 이듬해 10월 혐의를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이처럼 7년에 걸친 재판기간 대부분을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으로 보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황제보석’이란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러던 중 그가 음주와 흡연, 심지어 자유로운 외식을 즐기는 모습 및 폭로가 제기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언론보도 등으로 여론이 들끓자 지난해 11월 검찰은 보석 취소 검토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결국 보석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 다시 구치소로 향하게 됐다. 2011년 3월 24일 구속집행정지 결정 이후 7년 9개월여 만의 재수감이었다.

이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재파기환송심에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지난 6월 대법원이 형을 확정하며 8년여의 재판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하지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잔혹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에 앞서 그를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에게 김치와 와인 등을 강매해 총수일가가 수십억대 사익을 취한 혐의다.

공정위는 당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 개인회사가 김치를 위탁생산한 뒤 이를 시중 가격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계열사에 할당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김치의 판매가격은 10kg당 19만원에 달했으며, 일부 김치는 ‘성과급’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지급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미 공정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상태에서 골프 접대 의혹과 관련해 추가 고발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이번엔 어떤 방식 및 과정을 거쳐 법적 책임을 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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