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도쿄 고쿄(皇居)에서 즉위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즉위례정전의식'인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即位礼正殿の儀)를 치르고 있다. /뉴시스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도쿄 고쿄(皇居)에서 즉위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즉위례정전의식'인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即位礼正殿の儀)를 치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22일 일본 도쿄 고쿄(皇居)에서 거행된 즉위식에서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를 천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은 개헌에 대해 뚜렷한 색깔을 내비치지 않았으나 평화를 거론하면서 완곡한 개헌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즉위식에서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기원하고, 국민에 기대면서 헌법에 의거해 일본과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임할 것을 맹세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국민의 예지(叡智)와 꾸준한 노력으로 일본이 한층 더 발전해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선언했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는 부친 아키히토 전 일왕 이후 29년 만이다.

일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즉위식은 약 2천여 명의 참석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궁전 '마쓰노마(松の間·소나무실)'에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즉위식에는 한국 정부 대표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세계 183개국 및 국제기구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일왕 즉위식을 최근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일에 나선 이 국무총리는 이날 출국 전 성남공항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 "한일관계가 조화롭고 성숙한 관계가 되길 기원한다"며 "양국 관계에 여러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두 나라가 지혜를 갖고 잘 관리해가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국무총리는 이날 저녁 7시부터 열리는 연회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짧은 인사를 나누게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부터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이 예정돼 있다. 이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건네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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