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연도별 예산안 시정연설 주요 키워드 및 언급 횟수. /그래픽=김상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연도별 예산안 시정연설 주요 키워드 및 언급 횟수.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난 3년 간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을 살펴본 결과, 정책기조가 ‘일자리’ 중심에서 ‘성장’과 기업들의 ‘혁신’으로 초점이 옮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용률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측치보다 크게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반면 외교안보나 사회약자 보호 측면에서는 비중을 일관적으로 유지했다.

◇ ‘일자리→성장→혁신’ 중심축 이동 

먼저 2018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경제’(39회)였다. 이어 일자리(22회), 성장(17), 혁신(13), 공정(8) 등의 키워드가 많이 사용됐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구성된 문재인 정부의 3축 경제정책과 이를 어떻게 예산에 반영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주로 나왔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삶에도 국가에도 미래가 있다”며 “사람중심 경제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했었다.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경제(27회)와 일자리(13회)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포용(18회)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했다. 아울러 성장(26회)에 대한 강조가 전년 대비 늘어났다. 이는 3축 경제정책을 한 데 묶어 ‘포용 성장’으로 명명한 것과 무관치 않다. 당시 청와대는 비판여론이 컸던 최저임금인상이 곧바로 소득주도성장으로 등치되고, 나아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전체로 비화되는 것에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아울러 ‘포용국가’ 혹은 ‘포용성장’으로 다시 네이밍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설명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리한 의석 방향을 바라보며 2020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리한 의석 방향을 바라보며 2020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조국 사퇴 계기로 ‘공정·검찰개혁’ 특별강조

이날 문 대통령의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일자리(8회)와 성장(8회)에 대한 언급이 줄고 혁신(20회)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예산이 투입될 3대 중점육성산업(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과 소재·부품·장비 산업 국산화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가치가 ‘혁신’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의 힘’은 땅속에 매장된 ‘유전’보다 가치가 크다. 혁신역량이 곧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했다.

관심을 모은 것은 ‘공정’(27회)과 ‘검찰’(10회)이 이전의 시정연설과 비교해 크게 강조된 대목이다. 두 가지 키워드 모두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과 관련이 깊다. 청와대는 조 전 장관의 딸 입시문제로 공정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짐과 동시에, 검찰의 과잉수사를 지켜보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8년 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문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에 대한 언급을 한 차례 짧게 한 것과 비교하면, 이날 시정연설에서는 상당히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