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취지 고려하면 실형 불가피…업계 예의주시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과 뇌물공여가 있었다고 선고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 심리가 오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부터 시작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 심리가 이번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부터 시작된다. 지난 1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10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이 부회장도 재판에 출석하게 된다. 재판을 앞둔 22일, 삼성 측은 이에 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파기환송심의 쟁점은 뇌물 액수와 승계작업의 존재 여부, 부정 청탁 인정 여부 등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29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묵시적 부정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또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항소심이 인정했던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 등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뇌물과 그에 다른 횡령액이 늘면서 형량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하게 돼 있는 만큼 실형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징역형이 3년을 넘으면 집행유예 선고도 불가능하다. 

특히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삼성 승계’의 실체를 인정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삼성 승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뇌물 전달도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대법원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추가로 유죄라고 판단했고, 최씨가 뇌물을 요구한 것도 강요가 아니라고 판단해 양형이 줄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다만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말 3마리와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오기도 해, 이 부회장 재판은 양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할 경우 집행유예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작량감경이란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이 재량으로 형량의 절반까지 감형할 수 있는 과정이다. 작량감경이 이뤄진다면 이 부회장의 경우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5년의 절반인 2년6월까지 감형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엔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진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거취와 삼성전자의 경영 방향이 좌우되기 때문에, 삼성 측 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재판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이달 10일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런 투자 계획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총수가 없으면 대규모 투자 결정이 어렵고, 경기 위축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혹여 이 부회장이 작량감경을 받는다면 그 사유로는 경영환경 악화와 국내 경제 위축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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