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의 숙원사업이 휘청이고 있다. 수십년을 공들여 사업승인을 받아낸 123층 규모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가 공기 2년여를 앞두고 안전성 문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에서 여러개의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온갖 특혜의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인 탓일까. 일각에서는 '마천루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섣부른 구설도 나오고 있다.

▲ 123층 규모 '제2 롯데월드' 조감도.

4일,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시공사 롯데건설) 건물 5・8・9층 메가기둥 11곳에서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의 균열이 발생했다.

균열 발생 시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앞서 이 건물의 감리사인 '한미글로벌'이 지난해 10월 25일 작업지시서를 통해 균열 발생 사실을 알리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당시 한미글로벌은 작업지시서를 통해 “메가기둥 9층 철골 용접 부위의 콘크리트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균열 부위가 심각한 수준이므로 설계사·감리단 등과 용접 방안을 협의하기 전 추가 용접은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미글로벌은 롯데건설 측에 ▲용접에 의한 균열 방지방안 제출 및 협의 ▲이미 발생된 균열(5층 6·7번 메가기둥 균열 포함)에 대한 구조물 진단 전문업체의 정밀 안전진단 실시 ▲균열 보수방안 제출 등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지시서에 대해 "사실상 균열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건설은 그러나 감리사의 요구를 외면한 채 메가기둥의 층수를 계속 높여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건설이 균열에 대해 다시 검토한 것은 감리사의 지시서가 내려진 지 한 달이 지나서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구조물 진단 전문업체 S사에 균열건을 의뢰했고, S사는 “균열 부위에 대한 적절한 보수보강은 반드시 필요하나 보수보강 전에 바닥 콘크리트 타설을 해도 안전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서를 작성했다.

매체는 S사가 초고층 빌딩에 대한 경험이 없는 소규모 업체이며, 단순히 '육안'으로 균열을 확인한 후 불과 3일만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부실공사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지적이 높다.

이는 균열 발생 원인과도 궤를 같이 한다.

초고층 빌딩 건설에 참여했던 전문가와 일부 건축 전공 교수들은 균열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초고강도 콘크리트와 철근의 배합오류 △콘크리트의 수화열 관리 잘못 △철골 부자재의 문제)로 구분했다. 이들은 균열이 여러 층에서 다양하게 나타난 점을 들어 정밀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핵심 뼈대인 메가기둥에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의 균열이 발생한 것에 초점을 맞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초고층 건물 공사에 참여했던 한 외국계 전문가는 롯데건설이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서야 했다고 지적할 만큼 제2롯데월드 건물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긴급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현장 검증작업을 실시한 결과, 메가기둥의 균열이 발견된 곳은 콘크리트 기둥에 용접이 이루어진 매입 철판 끝 부위로, 구조와 상관이 없는 ‘용접열’에 의한 균열로 조사됐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날 검증작업은 감리단, 박홍근 서울대 교수, CM(Construction Management),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구조 기술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균열이 간 부위를 코아링(Coring, 구멍을 뚫어 하는 분석)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이 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건축물 구조 안전진단 위원은 ‘육안’ 점검 실시 뒤 “구조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들은 “정밀진단 시 공사를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1~2개월간 정밀안전진단을 통한 원인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논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번 균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건물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균열이 아니다"면서 "구조설계사ㆍ감리단ㆍ외부 구조 용역업체가 검토한 결과,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 중단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확대된 균열 사진을 갖고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일축했다.

롯데건설 측은 이어 "시공 전 단계부터 세계 최고 설계사와 각종 분야의 컨설턴트가 콘크리트 폭렬 및 물성변화, 열변형, 온도별 물성변화 등을 검증하고자 실물모형시험(Mock-Up Test)을 진행했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서울시와 롯데건설은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키로 한 상태다. 향후 진단 결과에 따라 공사 중단여부와 행정처분 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밀안전진단 결과와는 상관없이 제2롯데월드로 인한 롯데 측의 ‘이미지 타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온갖 특혜의혹에도 불구하고 123층 규모 마천루 건설 사업을 밀어붙였던 롯데가 과연 마지막까지 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지 업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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