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의약품 출하 절차 달라, 식약처 “의약품 기준, 국가마다 상이”
메디톡스 “국내, 불량품 유통하지 않아… 식약처 조치에 적극 협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사진)을 조사한 결과, 해외 수출품에 한해 품질이 기준에 부합한 사실을 적발, 전량 회수 및 폐기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사진)을 조사한 결과, 해외 수출품에 한해 품질이 기준에 부합한 사실을 적발, 전량 회수 및 폐기 명령을 내렸다. /메디톡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메디톡스가 품질 부적합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을 수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품질기준에 부적합한 메디톡신이 수출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의 허점을 꼬집었다.

◇ 의약품 수출, 국가출하승인 불필요

국내에 의약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라 국가출하승인 신청서를 작성해 식약처 측으로 의약품 시험성적서 등과 함께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외 수출에는 이 같은 절차가 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출하승인과 관련한 제도는 나라마다 마련돼 있으며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출품에 대해 제품 검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약품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검수를 하고 유통하는 등 각 나라마다 절차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수출품에 대해 국내 유통과 같은 과정으로 검수할 시 수입국에서 재차 검사해 유통과정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불거진 메디톡신은 오송에 위치한 메디톡스 제3공장에서 2016년 10월 제조·생산된 제품이다. 메디톡스는 총 3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제3공장을 제외한 오창 제1공장과 오송 제2공장에서 생산된 타제품은 아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 16일 메디톡스 제3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출용 메디톡신 제품이 역가와 함수율 등이 기준치를 넘어선 것을 확인해 전량 강제 회수 및 폐기 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에 나섰다. 보툴리눔 톡신의 함수율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약품 내 불순물이 증가할 수 있다. 식약처가 조사한 결과 현재 국내 유통 제품들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국내 제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품질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수출용 제품들은 주로 브라질, 일본, 태국 등 국가에 수출됐으며, 회수 및 폐기 규모는 약 11억3,075만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문제는 중국 관영 TV(cctv-2) 등 외신에서도 전파를 탔다. 메디톡스는 현재 메디톡신 중국 내 합법적 판매를 위해 중국약품감독관리국에 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아직 정식 허가는 받지 못했다. 중국 관영 TV는 보도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 허가를 받기 위해 심사대기 중인 제품은 이번 회수 대상과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중국 허가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메디톡신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여파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특히 메디톡스 입장에선 대웅제약과 보톨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국내외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 이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뼈 아프다.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은 아니더라도, 대외신인도 및 기업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최근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선 ‘보톡스 시술’을 위해 내원한 고객들 가운데 메디톡스 제품 관련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의료계 종사자들은 ‘문제 될 것 없다’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피부과 의사는 “메디톡스 보톡스 주사제 ‘메디톡신’이 사용된 지 10년이 더 흘렀음에도 특별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고객은 없었다”며 “내수용에 대한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단정적으로 당장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국내 유통된 메디톡신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 현재 조사 중에 있다”며 “식약처 자체 조사가 힘들다고 판단될 시엔 수사기관에 협조를 구해 합동 조사를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조치에 전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내수용 제품은 이상이 없음을 자부한다”며 “향후 식약처 조치사항에 협조해 내수용 품질 검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문제가 불거진 직후 회사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식약처 회수 명령에 고객들의 우려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메디톡신 제품 회수조치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의약품 하자의 유무 등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한편, 관련 업체와 협의해 회수 절차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해당 입장문이 삭제된 상태다.

한편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악재에 3개월 전 4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던 주가는 현재 약 10만원쯤 하락한 30만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주가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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