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의 당비 납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의 당비 납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 동참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3일 손학규 대표의 '당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장진영 당대표 비서실장이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감정 섞인 진흙탕 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변혁 비상회의에서 "손 대표는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확인된 것만 최소 7차례에 걸쳐 손 대표의 당비가 타인 계좌에 의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중앙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당비 대납은) 정치자금법, 정당법, 형법상 배임수증재죄로 매우 심각한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폭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발언 도중 손 대표의 당비 250만원이 임헌경 당시 사무부총장의 계좌로 입금된 실물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이 문제에 대해 당권파와 손 대표 측은 즉각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해명하지 못할 경우 당원 자격이 정지되고 대표직도 궐위(闕位)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법 31조 2항 및 바른미래당헌 8조 2항의 당비규정에 따르면, 당원의 당비는 같은 정당의 타인이 당비를 부담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유승민 변혁 대표도 "단 천원의 당비라도 타인의 돈으로 내는 것은 법률이 엄하게 다루는 것"이라며 "변혁 전체의 이름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 측은 이 전 최고위원의 폭로 직후 유감 표명과 사전 준비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번만 물어보면 어떻게 된 것인지 충분히 해명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최소한의 확인 절차 없이 언론 앞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결론적으로 말하면 또 헛발질"이라고 반박했다.

장 비서실장은 "지난해 10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총 6회, 이 전 최고위원은 7번이라고 했지만 6번이다. 6번에 걸쳐 임헌경 당시 사무부총장의 은행계좌에서 바른미래당 당비 납부 계좌로 250만원씩 입금됐다"며 "당비 납부일로부터 약 5일~7일 사이에 손 대표의 개인비서를 했던 이승호 씨의 계좌로부터 임 전 사무부총장 계좌로 동일액인 250만원이 송금된 기록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호 씨는 손 대표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렇게 납부된 경위를 (임 전 사무부총장에게) 물었더니 그는 사무부총장으로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직자 당비가 제대로 납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당대표로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본인이 납부를 제때 하고 손 대표로부터 송금을 받는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이 의혹을 제기한 이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당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다"며 "임 전 사무부총장이 당비 납부 심부름을 한 것이지, 정당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납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언론에 폭로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최고의원의 폭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손 대표는 "임 전 사무부총장이 내 당비를 대납했다면 그의 이름으로 했겠나. 손학규 이름으로 했겠지. 기본 아니냐"며 "임헌경이 (당시) 사무부총장이니까 당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잘 배웠으면 좋겠다. 정치를 그렇게 치사하게 해서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의 계좌로 월 250만원을 이체한 기록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손 대표는 "현금으로 줬다"고 답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해당 비용을 개인비서인 이승호 씨에게 전액 현금으로 건넸기 때문에 실물 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당권파 측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더 명확히 확인해야 하는 문제를 들뜬 감정으로 언론에 퍼트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본질을 호도한다 해도 진실은 해결된다"고 밝혔다.

변혁은 당권파의 반박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재반박에 나섰다.

이 전 최고위원은 폭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제보받은 자료와 (장 비서실장이) 말씀하신 내용을 병합해보니 횟수가 더 늘어났다"며 "제가 가진 자료는 전부 진본"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손 대표의 해명이) 말이 되는 해명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손 대표는) 불법의 근거 자료가 당내에 있기 때문에 손 대표는 이 자료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표직을 악용해왔다"며 "더 이상 추한 행동을 보이지 말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이 전 최고위원을 거들었다.

이와 관련, 변혁에 동참하는 의원 15명 전원은 내일(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의 '당비 대납' 의혹 관련 성명서를 발표해 불씨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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