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은 피자에땅의 사세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에땅빌딩'. / 다음 지도
2016년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은 피자에땅의 사세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에땅빌딩'. / 다음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1+1 마케팅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갑’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전성기의 흔적이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미국 스타일 일변도에서 탈피한 피자 선호도 변화와 가맹점주들과의 갈등 등 대내외적 악재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 가맹점 줄고 실적은 10년 전으로 퇴보

지난 2016년 통행세와 전단지 강매 등의 문제를 두고 가맹점주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피자에땅이 혹독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갑질 논란이 빚어진 이후 가맹점 이탈이 심화됐고, 이로 인해 매출 등 경영 활동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3년째 가맹점수 감소로 애를 먹고 있다. 2015년 300개를 돌파했던 점포는 이듬해 294개로 감소한 뒤 2017년 281개로 축소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31곳이 계약을 해지해 250개로 줄어들었다. 피자에땅은 단 한 곳의 직영점만을 운영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가맹점 비중이 압도적이다. 단일 점포의 매출에 변동이 없는 조건 아래서 가맹점 수의 감소는 본사 매출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직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피자에땅을 운영하는 (주)에땅은 실적이 침체된 상태에 빠져있다. 2013년 첫 700억 매출을 찍으며 호황을 누렸던 (주)에땅은 5년째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갑질 이슈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600억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4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는 급기야 325억원을 기록하면서 10년 전으로 퇴보했다. 한때 50억원을 넘나들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익도 5분의 1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그마나 허리띠를 졸라매 간신히 흑자를 남기고 있는 상태다. 한 해 200억원에 달했던 판관비는 111억까지 축소됐다. 광고선전비 등 판촉비가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건비 비중이 대폭 경감된 게 주효했다. 이는 경영 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 슬림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진한 실적은 오너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주)에땅은 지속적으로 중간배당과 연차배당을 집행해 100% 지분을 가진 공재기 회장 일가에 배당금을 지급해 오다가 지난 3년간 무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사세가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보너스’ 성격인 배당금을 지급받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 진다.

주력인 피자에땅 외에도 구운 치킨으로 유명한 오빠닭 브랜드를 영위하고 있는 (주)에땅은 2016년부터 가맹점주들과의 마찰로 곤욕을 치렀다. 동종 업계인 미스터피자의 사례로 상식이 된 통행세 논란을 비롯해 본사 직원들이 점주협의회 모임을 사찰한다는 의혹을 샀다. 연장선상에서 단체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매장 집중 점검 등의 불이익을 주다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15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주)에땅 관계자는 “가맹점수 감소는 후발주자의 등장이나 외식업계 선호도가 바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올해에는 젊은층이 선호할만한 모델 발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한 마케팅, 또 10~30대 층을 위한 신제품 출시로 수익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